“이정도 못하면 비대위 어떻게 맡나”
9일까지 실행… 사과문 초안 작성
당내 영남권 중심 반발 거세져
주호영 “왜 하필 지금” 반대 표명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대국민사과를 예고하고 나서자 당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당내 기반이 약한 ‘김종인 체제’가 보수의 숙제이자 ‘아픈 상처’인 두 전직 대통령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리면서 당내 기반이자 두 전직 대통령의 고향인 영남권을 중심으로 반발이 터져 나오는 것. 급기야 원내대변인까지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자 김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직까지 걸고 나섰다.
김 위원장은 7일 비대위 비공개 회의에서 “전직 대통령 사과는 9일보다 늦진 않을 것”이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9일은 4년 전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날이다. 김 위원장은 “내가 비대위원장인데 사과 하나 결정 못 하느냐. 이 정도도 못 하면 어떻게 비대위를 이끌어 갈 수 있겠느냐”는 말도 덧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이미 사과문 초안을 작성했다고 한다. 사과는 전직 대통령 구속에 국한시키는 것이 아닌, 전직 대통령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것에 방점을 뒀다고 알려졌다. 비대위 관계자는 “주어는 전직 대통령들이 놓여있겠지만 사실상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일방적으로 국정운영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며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남용하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반성은 문 대통령이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의지가 강해지면서 당내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시점에서 굳이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사과해야 하느냐는 말도 나온다. 그동안 당 중진 위주로 반대 의견이 나왔던 것과 달리 원내지도부에서도 공개 반대 발언이 나왔다. 원내대변인 배현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옥에 갇혀 죽을 때까지 나올까 말까 한 기억 가물한 두 전직 대통령보다 문 정권 탄생 그 자체부터 사과해주셔야 맞지 않는가”라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비대위 회의에서 “왜 하필 이 시점인가. 선거를 앞두고 낙인을 찍을 필요가 있는가”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고 한다. 장제원 의원도 “절차적 정당성도, 사과 주체 정통성도 확보하지 못한 명백한 월권”이라고 거들었다.
이런 갈등은 내년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 나아가 차기 대선을 앞두고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한 내부 투쟁과 맞물려 있어 쉽게 매듭이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당 관계자는 “어느 한쪽이 맞다고 규정하기도 어렵다”며 “5·18민주화운동 관련 사과보다 더욱 복잡한 고차방정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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