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3법도 강행처리 與…‘정의당 반대’ 난관에도 결국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8일 20시 57분


더불어민주당은 정기국회 내 통과를 목표로 밀어붙여 온 ‘경제 3법’(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도 8일 강행 처리에 나섰다. 경제단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법 통과를 멈춰달라”고 호소했지만 일부 조항만 완화한 채 일방적으로 의결에 나선 것이다.

이날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는 백혜련 의원 등 민주당 의원 3명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만 참석한 가운데 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안건조정위에 2명이 배정된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오전 민주당이 단독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처리한 것에 반발하며 불참했다. 야당 의원들은 조정 과정에서 아예 배제한 채 쟁점 법안을 상임위 전체회의로 넘긴 것이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 윤호중 법사위원장을 에워싼 채 “독재로 흥한 자, 독재로 망한다”고 외치는 등 거세게 항의했지만 민주당은 상법 개정안을 상정 30분 만에 단독 처리했다.

백 의원은 이날 “사외이사 감사위원을 선출하는 경우에 한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하지 않고 분리해 각각 3%씩 인정하기로 했다”고 했다. 당초 합산 3%만 인정하기로 했던 정부 원안에서 일부 물러난 배경에 대해 “대기업과 달리 대처 능력이 부족한 중견기업이나 벤처기업을 고려했다”고 했다.

하지만 재계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 조항이 살아있는 한 ‘3%룰’에 대한 수정은 큰 의미가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민주당이 3%룰을 일부 완화한 것 갖고 생색을 내고 있는데 감사위원 분리 선출 자체가 최대주주 의결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독소 규제”라고 했다.

‘거여(巨與)’로 뭉친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의 합작으로 일사천리로 의결된 상법 개정안과 달리 정무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된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은 ‘민주당 2중대’ 탈피를 선언한 정의당의 반대로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만났다.

비교섭단체 몫으로 안건조정위에 참여한 정의당 배진교 의원이 이날 오전 9시 37분 시작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참위법)’ 개정안부터 제동을 걸고 나선 것. 개정안에는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조사권 등이 삭제됐는데 제대로 된 조사가 가능하도록 원안대로 권한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안건조정위가 1시간도 안 돼 정회되는 등 난항을 거듭하면서 당초 오후 2시로 예정돼 있던 전체회의도 미뤄졌다. 국회법상 안건조정위에 회부된 안건은 위원 6명 중 3분의 2의 동의가 없으면 전체회의에 상정할 수 없기 때문. 급하게 정의당과 의견 조율에 나선 민주당은 오후 4시 45분에야 사참위법 수정안을 안건조정위에서 의결했다.

배 의원은 이어진 공정거래법 개정안 안건조정위에서도 민주당의 전속고발권 폐지 철회를 반대했다. 결국 갈 길 급한 민주당은 전속고발권 폐지를 담은 정부 원안대로 조정위를 통과시켰다. 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전히 “(전속고발권을) 존속하는 문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추후) 전체 상임위에서 수정해서 가결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성일종 의원은 “일단 조정위에서 속여서 통과를 시켰다. 배 의원에게 (민주당이) 사기쳤다”고 말했다.

재계는 여권이 경제 3법까지 정치적 쟁점 법안들과 묶어 강행 처리하는 것에 거세게 반발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여당의) 상임위 단독 의결 추진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경제와 기업에 대한 파급효과가 큰 법안을 정치적 법안과 동일선상에서 시급하게 통과시키는 것이 매우 당혹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들이 촌각을 다투면서 어떤 일을 기획하거나 시도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기업 의견을 무시하고 이렇게까지 서둘러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시급성이 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 6단체도 공동입장문을 내고 “경제계의 핵심 요구사항이 거의 수용되지 않은 법이 사실상 여당 단독으로, 그것도 기습적으로 통과가 추진되는 데 대해 경제계는 깊은 우려와 함께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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