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위한 핵심 전력으로 개발 중인 정찰위성에 북한의 전파교란(jamming) 공격을 방어할 마땅한 기술이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가 2023년 전력화를 목표로 추진하는 정찰위성 개발 사업(일명 425사업)은 대북 선제타격 능력인 ‘킬체인(Kill Chain)’의 눈으로 불린다. 하지만 정찰위성이 유사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안 그래도 미국의 반대로 현 정부 임기 내 어려워진 전작권 전환 이슈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군은 위성을 킬체인과 어떻게 연동시켜 운용할지에 대한 방안조차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합참 “북한의 위성 전파교란 상당 수준”
8일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이 군에서 제출받은 자료와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북한은 정찰위성과 지상기지국 간 통신신호를 주고받는 데 활용되는 S밴드(2∼4Ghz)와 X밴드(6∼10Ghz) 주파수에 대한 전파교란 능력을 갖춘 것으로 파악됐다. 지상국에서 S밴드 주파수를 통해 한반도 상공을 지나가는 정찰위성에 명령을 내리면, 위성은 촬영한 영상정보를 X밴드 주파수를 통해 기지국에 전달한다. 이 과정에 전파교란이 이뤄질 경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도발 임박 징후를 포착해도 영상이 깨져버려 알아볼 수 없게 되거나 아예 위성에 촬영 명령이 전송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의 전파교란으로 인해 손상된 영상정보를 복구하는 기술은 아직 연구단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찰위성 개발을 주관해온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윤 의원 측에 “첫 정찰위성이 발사될 때까지 기술이 완벽하게 개발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ADD는 그러면서도 “위성이 한반도 상공에 머무는 시간이 100여 초가량으로 짧고 궤도도 보안이라 교란을 받을 확률이 낮다. 영상정보가 훼손될 경우 그 영향은 영상 1장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군 안팎과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은 상당 시간 위성에 대한 전파교란 공격을 가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도 윤 의원 측에 “정찰위성에 대한 북한의 주파수 교란 능력은 상당 수준에 도달했다고 본다”고 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10년간 통신위성 등에 대한 전파교란을 이미 3차례 시도했다. 특히 2012년 평양 인근에 위치한 대형 안테나에서 지속적으로 교란 전파를 발사해 민군 통신위성인 무궁화 5호를 먹통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 발사 불과 2년 남았는데 ‘킬체인’ 연동 계획도 없어
정찰위성 사업은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자체 정찰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따라 관련 논의가 시작됐다. 현 정부가 2017년 8월부터 개발계획을 승인해 본격 추진 중이다. 정부는 1조2000억 원을 들여 고성능 영상레이더(SAR) 탑재 위성 4기와 전자광학(EO), 적외선장비(IR) 탑재 위성 1기를 2023년부터 전력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찰위성 개발 사업은 우리 군이 미 정찰위성(KH-12)에 의존하고 있는 대북 정찰정보를 자체 수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 정부가 추진하는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위한 필수 조건 가운데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애초 2023년 첫 위성을 발사하려는 계획을 세웠던 정부가 2022년 말로 발사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도 임기 내 전작권 전환 실현을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선 정찰위성 사업이 북한의 전파교란으로 도발 임박 징후 정보를 얻지 못하거나 지연될 가능성에 대한 대응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 의원은 “지금이라도 북한의 전파교란 능력을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파교란 대응 기술과 별개로 정찰위성을 킬체인과 어떻게 연동시켜 운용할지 세부적인 계획이 아직 수립되지 않은 점도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의 도발 징후를 확인한 뒤 선제적으로 원점타격을 하는 시스템인 킬체인에 정찰위성을 어떻게 쓰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