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게 윤석열 총장은? ‘딜레마’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9일 12시 28분


[고성호 기자의 다이내믹 여의도]

그래픽 강동영 기자 kdy184@donga.com
그래픽 강동영 기자 kdy184@donga.com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쏠리는 지지율은 국민의힘으로 오지 않아요.”

국민의힘 A 의원은 ‘윤 총장의 지지도가 결국 야권 지지로 모일 것’이라는 주호영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이렇게 비판했다.

A 의원은 “지금 국민들은 윤 총장을 지지하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해 화풀이를 하고 있다”며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표가 모일 수 있다는 기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여론이 제1야당인 국민의힘 대신 윤 총장을 선택한 상황이기 때문에 윤 총장이 대선 출마를 하지 않더라도 표심이 다른 야권 후보에게 옮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그는 이어 “국민은 문재인 정부와 싸워줄 인물이 필요했고, 그 사람이 윤 총장이었다”며 “대선 후보는 국민 여론에 따라야 하고, 윤 총장의 지지율이 높다면 야권 대선 후보로 윤 총장을 쓰면 된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달 2일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윤 총장이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윤 총장을 경계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튿날인 3일 주 원내대표는 “윤 총장의 높은 지지도는 전부 현 정권에 대한 반대이고 심판이다”며 “대선 후보가 정리되면 반(反) 문재인, 반(反) 민주당 표이기 때문에 우리 당에 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지지가 낮고 저쪽(윤 총장)이 높다고 초조해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윤 총장의 지지자들이 “야권 지지로 모일 표”인만큼 경계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 “윤 총장은 불가근불가원”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이 이달 1~3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3일 발표한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신뢰수준 95%·표본오차 ±3.1%포인트·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윤 총장은 13%를 나타냈다. 지난달 조사(11월 10~12일)와 비교하면 2%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윤 총장이 범야권 지지율 1위를 달리면서 국민의힘이 딜레마에 빠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총장의 등장으로 야권이 정권을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겼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의 존재감이 낮아졌다는 우려도 생겼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달 1일 서울행정법원의 ‘직무 복귀’ 결정이 나온 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달 1일 서울행정법원의 ‘직무 복귀’ 결정이 나온 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국민의힘 소속 B 의원은 “앞으로 윤 총장이 중도층과 수도권 지지율을 가져갈 경우 국민의힘 지지는 TK(대구·경북)만 남을 수 있다”며 “윤 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전쟁이 계속되면 국민의힘 소속 대선 후보들의 존재감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윤 총장은 가까이 하기도 멀리 하기도 어려운 ‘불가근불가원’ 관계”라며 “야권에선 대선 후보가 부각되는 것 자체는 좋지만 윤 총장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의힘의 핵심 당직자는 “80% 안팎의 당원들과 보수층 지지자들은 정권을 찾아올 수 있는 윤 총장의 인기를 환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옛 친박계 등 당내 강경 기득권 세력만이 국민의힘 존재감이 낮아진다는 이유 등을 대며 윤 총장을 껄끄러워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당직자는 또 “윤 총장 지지층은 새로운 보수 정당을 만들라는 시대적 요구”라며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대선 승리의 희망이 생기면서 윤 총장과 국민의힘이 합쳐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호하면서도 견제해야”
정치권 안팎에선 차기 대선주자로 떠오른 윤 총장에 대해 ‘보호’와 ‘견제’를 동시에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일단 국민의힘은 윤 총장이 여권으로부터 공격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선 윤 총장과 관련한 정치 발언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총장이 정치를 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당내 대선 주자들에서 존재감을 키울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윤 총장이 국민의힘에 소속돼 있다는 느낌을 받을 경우 중도층에서 표 확장성이 사라져 버릴 수 있다”며 최근의 상황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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