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토론 30초만에 ‘종결’시킨 윤호중의 강변… “국회법 따른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0일 03시 00분


[與 입법 독주]法 다루는 법사위장의 상습적 절차무시
공청회 소집해 공수처법 상정하곤 “기습상정 표현은 사실 왜곡” 주장
‘토론 무시하고 표결 처리’ 보도엔 “국민의힘 고성 때문” 야당 탓
野의원 “이게 말이 되나” 항의하자 되레 “토론 할수가 없잖아” 고함쳐

9일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사봉을 들고 전체회의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윤 위원장은 전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의 반발에도 당초 예정돼 있던 낙태죄 공청회에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을 먼저 
상정해 의결을 강행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9일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사봉을 들고 전체회의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윤 위원장은 전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의 반발에도 당초 예정돼 있던 낙태죄 공청회에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을 먼저 상정해 의결을 강행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되려면 법제사법위원회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런 법사위를 이끌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8일과 9일 연속으로 법사위를 열고 법안을 잇달아 통과시켰다. 특히 윤 위원장은 8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을 기습 상정하고 야당의 반대 토론을 독단으로 종결시키고도 “국회법 절차에 따른 것”이라며 궤변을 이어갔다.

○ 윤호중, 공수처법 논란 일자 야당과 언론 탓

윤 위원장은 9일 법사위 전체회의 시작 후 “한마디 하겠다”고 하더니 전날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 대해 “일부 언론, 아마 특히 존경하는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몸담았던 언론인 것 같은데, 우리 위원회 법안 처리 과정을 기습 상정, 토론 무시, 기립 표결로 처리했다고 썼다. 기립 표결을 한 거는 팩트니까 말씀 안 드리겠지만 기습 상정, 토론 무시 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회법 절차에 따라 안건조정위원회 의결이 있은 후 열린 위원회에서 지체 없이 보고하고, 보고하기 위해서는 상정해야 한다”며 “기습 상정이라고 한 것은 엄연히 사실에 대한 왜곡”이라고 했다.

그러나 8일 오전 10시 법사위 전체회의는 낙태죄 관련 공청회를 위해 잡힌 일정이었다.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2일 열린 법사위에서 윤 위원장은 “이번 공청회는 우리 위원회가 낙태죄 개정 관련 형법 개정안을 심사하기에 앞서 12월 8일 10시에 여야에서 추천한 8명의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직접 낙태죄 관련 공청회 개최를 의결했던 윤 위원장은 8일 법사위가 열리자 말을 바꿨다. 윤 위원장은 법사위 개의와 동시에 “오늘 회의는 오전에 안건조정위원회의 의결 법안을 심사하고, 낙태죄 공청회를 한 다음에 오후에 제1소위에서 심사한 고유 법안을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윤 위원장은 7일 오후 8시경 안건조정위 안건을 일방적으로 의사일정에 포함시킨 뒤 이를 메일로 법사위원들에게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법사위 관계자는 “안건조정위가 아직 열리지도 않았는데 의결될 걸 감안해서 의사일정에 넣은 황당한 상황”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원래 의사일정은 낙태법 공청회였다. 낙태법 공청회 전에 공수처법 개정안을 올리는 게 기습 상정이 아니면 뭐냐”며 “공청회 전 공수처법 개정안을 의사일정으로 올린다는 간사 간 협의도, 합의도 전혀 없었다”고 했다.

○ 30초 만에 토론 ‘종결’시키고도 “고성 때문에…”


윤 위원장은 또 공수처법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반대 토론을 사실상 생략한 것에 대해서는 “토론을 무시하고 표결 처리했다고 하지만 워낙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고성을 외치는 바람에 토론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야당 탓을 했다. 그러나 국회 영상회의록 등에 따르면 윤 위원장이 독단으로 반대 토론을 종결해 버리는 상황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윤 위원장은 8일 공수처법 개정안을 상정한 뒤 “토론을 하겠다. 토론하실 분 없으십니까”라고 물었고,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토론을 신청했다. 이에 윤 위원장도 “전주혜 의원님 5분간 토론해 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발언 기회를 줬다. 전 의원이 마이크를 잡고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입니다. 방금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오전 회부된 안건은 조정이 완결되지 않았다”며 발언을 이어가고, 같은 당 김도읍 의원이 “아무리 날치기를 해도”라고 항의하자 윤 위원장은 “지금 토론을 진행할 상황이 아니므로 토론을 종결하겠다”고 선언했다. 전 의원의 발언 시간은 약 30초에 불과했다. 당황한 전 의원이 손을 들며 “아니 위원장님”이라고 외치고, 국민의힘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가 “이게 말이 되느냐”고 항의하자 되레 윤 위원장은 “토론을 할 수가 없잖아”라고 했다.

윤 위원장은 곧바로 “이 법안에 찬성하시는 위원님들은 기립해 달라”며 표결에 부쳤고, 공수처법 개정안은 전체회의 개회 7분 45초 만에 처리됐다.

주 원내대표는 “우리가 항의하자 반대 토론을 하라고 해놓고 전 의원이 토론하겠다고 하니 우리가 항의한다고 일방적으로 토론을 취소시킨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 法 다루는 법사위원장의 상습적인 절차 무시

윤 위원장이 입법 절차를 독단적으로 처리한 건 처음이 아니다. 윤 위원장은 7월 29일 법사위에서 이른바 ‘부동산 3법’과 관련해 소위 심사보고, 반대 토론, 축조심사, 비용 추계서 첨부 등 국회법에 명시된 절차에 대해서도 “의무조항이 아니다”라며 생략했다. 8일 법사위에서도 윤 위원장은 법안 처리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비용 추계서 의결을 건너뛰었다가 ‘사후 의결’하는 상황도 연출했다.

여기에 윤 위원장의 ‘거친 입’도 여야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윤 위원장은 8일 “독재”라고 비판하는 야당 의원을 향해 “독재 꿀을 빨더니”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썼다. 마이크를 잡고 한 공식 발언이다.

윤 위원장은 지난달 26일에도 “국민의힘 원내대표께서 김도읍 간사를 사보임 해주셨으면 좋겠다”, “(김 의원 보좌관들에게) 좀 제대로 보필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입법 보좌관 자격시험을 도입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해 국민의힘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한상준 alwaysj@donga.com·강성휘 기자
#법사위원장#공수처법 상정#윤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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