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마지막 날 몰아치기
野 필리버스터 전략도 힘못써
與, 절차 무시 단독처리 논란에 “야당 방해 때문… 국회법 따라”
野 “헌법-국회 모두 깔아뭉개”
국회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본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온 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주요 쟁점 법안들을 무더기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섰지만 밤 12시 정기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중단됐다. 민주당은 공수처법 기습 상정과 단독 처리 등 입법 폭주에 대해 “국회법에 따른 것” “국민의힘의 의사 방해 때문”이라며 자기 합리화와 궤변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이날 새벽 여야 간 대립 속에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긴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노동조합법 등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관련 3법 등을 통과시켰다. 체계·자구심사 법률안에 대한 숙려기간 5일 등 국회법 절차를 사실상 모두 무시한 것이다.
재계는 여당이 경제 3법에 이어 노조법까지 일방 강행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노조법 개정안은 경영계 요청사항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정부안보다 더 후퇴해 노동계의 입장만을 반영했다”며 “편향된 법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무력감과 좌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입법 폭주’라는 비판에도 아랑곳 않고 오히려 야당과 언론 탓으로 돌렸다. 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법사위 전체회의 시작에 앞서 전날 공수처법 등의 처리 과정에 대해 “기습 상정하거나 토론을 무시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언론이 국회법 절차에 따라 안건조정위 의결 후 지체 없이 보고받은 것을 기습 상정이라고 표현한 것은 엄연히 사실 왜곡”이라며 “토론을 불가능하게 만든 것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의사 방해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회 속기록 등에 따르면 윤 위원장은 2일 낙태법 공청회를 열겠다며 8일 법사위 전체회의 일정을 의결한 뒤 이날 전체회의가 열리자마자 “안건조정위원회의 의결 법안을 심사할 것”이라며 공수처법 개정안부터 상정했다. 국민의힘 법사위 관계자는 “윤 위원장이 7일 밤 메일로 갑자기 안건조정위 의사일정을 일방 통보했다”며 “안건조정위 의결을 전제로 마음대로 일정을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반대 토론을 신청한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발언을 시작하자 30초 만에 “토론할 상황이 아니다”며 일방적으로 중단시켰다.
이날 국민의힘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선 김기현 의원은 “12월 9일은 의석수를 앞세워 대한민국 헌법과 자유민주주의, 국회를 모두 깔아뭉갠 ‘입법 폭주’의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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