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통과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놓고 ‘밀실공천 부활’이란 비판이 나오자 정치권은 사실관계가 다르다며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이번 선거법 개정안에서 비례대표 후보 공천 조항을 삭제한 것은 정당법으로 옮기라는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른 형식적 조치이지 공천을 마음대로 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여야 합의로 통과된 선거법 개정안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 후보자 추천절차 법정화 조항을 폐지하는 게 골자다.
논란이 된 법정화 조항은 지난해 12월 이른바 ‘4+1 협의체’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선거법에서 신설됐는데, 1년 만에 삭제된 것이다.
앞서 대법원은 ‘경선 등 당내 선거는 공직선거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선거법에 있는 당내 선거 관련 조항을 정당법으로 옮기는 법 체계 개선이 필요해졌고 이번에 선거법에서 해당 조상을 폐지한 것이다. 20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도 필요성을 인정한 것으로,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개정안을 지난 9월 대표발의한 바 있다.
여야는 현행 선거법에 남아 있는 당내 선거 관련 조항을 조만간 정당법으로 옮기는 후속 작업을 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의당은 전날 논평과 반대토론을 통해 이번 선거법 개정안을 “돈 공천, 내리꽂기 공천, 공천이 아닌 사천을 부활시키겠다는 과거 회귀, 정치 퇴행 선언”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문제는 선거법과 정당법 개정이 동시에 병행되지 못하면서 불거졌다. 정당법 개정 없이 선거법에서만 관련 조항이 삭제되며 ‘여야가 밀실공천 부활에 합의한 게 아니냐’는 비판에 부딪힌 것이다. 이 같은 우려는 지난 8일 법제사법위 전체회의에서도 제기됐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당시 “문제는 정당법 개정안이 발의가 안 돼 있다”며 “행안위에서 정당법 개정이 논의가 돼서 조항이 이관되면 그때 함께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선거법에서 (해당 조항을) 폐지하면 사실상 개혁 입법이 실종되는 것으로 전체회의에 계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는 이러한 우려에 일부 공감을 했지만, 차기 총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후속입법 시간이 충분하다 보고 법안 처리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법 개정이 문제가 된 만큼 정치권은 가능한 한 빨리 정당법을 개정해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김종민·이해식 민주당 의원 등이 정당법 개정 작업에 착수한 상태로, 당내 선거 관련 조항을 정당법으로 옮기고 중앙선거관리위에 관련 절차 보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다만 조항 이관에 따라 ‘벌금 100만원 이상’ 선고 시 의원 자격을 잃는 처벌 수위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비례대표 후보 추천절차 법정화 조항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당시 신설된 만큼, 이번 논란이 지난 총선에서 비례위성정당을 탄생시킨 현행 선거법을 전반적으로 손볼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생긴 마당에 밀실공천 부활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오히려 이야기가 나온 김에 (21대 국회) 하반기쯤 본격화할 현행 선거법 개정 논의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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