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등 입법 폭주를 계기로 4월 총선 후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던 보수야권 내부에서 어떻게든 뭉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보수진영의 정당 사회단체 대표들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연석회의를 열고 ‘폭정종식 민주쟁취 비상시국연대’를 출범시켰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국민통합연대 이재오 집행위원장 등 7인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모임은 성명에서 “대통령 개인 한 사람이 전체를 다스리는 독재가 시작됐다”며 “문재인 정권 조기 퇴진 대의명분 아래 일치단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이 회의에서 “폭정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데 다른 생각을 가진 분이 없는 걸로 안다”고 했고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보수·우파 진영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에 갈기갈기 찢어져 있다”며 “전부 모여서 하나 되자는 오늘 모임은 의미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날 야권 인사들의 대여 비판은 하루 종일 장소를 가리지 않고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집권세력 무소불위 폭주할 거면 국회 폐쇄하고 계엄령 선포하란 격앙된 목소리까지 나온다”며 “이런 정국은 히틀러 치하의 독일, 헝가리, 폴란드 전제정치와 유사하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틀리다 하기 어렵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도 같은 회의에서 “문재인과 민주당 정권의 헌정 파괴와 독재국가 전환 시도가 극성을 더해 가고 있다”며 아예 ‘대통령’ 호칭을 생략했다. 안 대표는 “오늘은 1987년 이후 가장 심각하게 민주주의가 훼손된 날로 4년 전 대통령 탄핵 때보다 더 불행한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잠행을 하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침묵을 깨고 “지금 가만히 있는 것은 나라와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과 위원장, 당원까지 온 힘으로 저항해주길 바란다”는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계기로 ‘조기정권 퇴진’ 목표라는 보수야권의 공동전선이 만들어졌지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반(反)문재인’이라는 연결고리는 인정했지만 김 위원장을 두고 “좌파 정당을 합리화해준다”는 주장을 하는 등 방향성에서는 이견을 보였다. 김 위원장 역시 연석회의에 대해 “당이 할 일이 따로 있다. 외곽 시민단체들은 그들이 할 일이 따로 있기 때문에 혼동해서 할 수는 없다”고 일단 거리를 뒀다.
이 때문에 보수야권이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얼마나 표를 결집시키느냐에 따라 연대 지속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렇지 않을 경우 눈앞으로 다가온 내년 보선이 오히려 야권 인사들의 동상이몽만 키워 적전분열 양상으로 흐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은 이날 연석회의 뒤 “선거를 이기려면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정권 분노만 가지고 이길 수 없다”며 “우리 만족하려고 모이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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