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식 “대통령님, 참 세상 편하게 사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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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2월 11일 10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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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11일 야당의 공수처장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님, 참 세상 편하게 사신다”면서 “구중궁궐 청와대에 있으면 현실과 벽 쌓고 딴 나라에 사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공수처가 노무현 대통령이 시도했던 공수처와도 다르고 문 대통령이 애초 구상했던 공수처와도 영 딴 판이 되어 버린 건 진짜 모르시냐. 모른 채 하는 거냐”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공수처에 대해 “수사와 기소까지 독점한 괴물 사법기관, 다른 기관의 수사까지 이첩시켜 수사할 수 있는 독점 사법기관, 검찰 견제 운운하며 정작 공수처는 견제가 불가능한 무소불위 사법기관, 처장과 차장과 검사와 수사관을 대통령과 정권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가득 채울 수 있는 친권력 사법기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이 모습의 공수처가 문 대통령이 그리 오랫동안 염원했던 공수처냐”며 “제발 뉴스도 보고, 자료도 보고 공부도 좀 하시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이라는 단어 하나에만 집착해 그 이름으로 자행되는 무도한 검찰 길들이기와 윤 총장 찍어내기를 칭찬하고 편드는 대통령, ‘공수처’라는 단어 하나에만 집착해서 그 이름으로 왜곡되고 변질되어 권력의 절대반지가 되어버린 작금의 괴물 공수처를 찬양하는 대통령”이라며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건지, 보이는 것도 제대로 못 보는 건지”라고 했다.

야당이 공수처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선 “애초의 구상대로 공수처라면 당연히 야당이 적극 지지한다. 대통령과 고위공직자와 가족들의 비리를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공수처를 보장하는 거라면 당연히 야당이 지지한다”며 “그러나 지금은 완전 거꾸로 공수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검찰이 충견이 아니고 울산사건 원전사건처럼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할 기세이고, 그러다 보니 지금 공수처는 권력을 겨냥하는 검찰을 억압하고 권력층 비리수사를 검찰로부터 뺏어와 대통령과 권력층 인사를 비호하고 면죄부 주는 괴물이 되어버린 것”이라며 “애초와 달리 권력의 충견이 되어버린 공수처이니, 당연히 야당이 반대할 수밖에”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하긴 대통령이 출범을 학수고대하며 감격해 할만도 하다. 정권이 바뀌어도 공수처가 문통의 죄를 감싸줄 테니까”라며 “그러고 보면 문 대통령이 이번 공수처의 의미를 가장 정확하게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전날 국회는 본회의에서 재석 287명 중 찬성 187명, 반대 99명, 기권 1명으로 공수처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로써 야당의 공수처장 거부권이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문 대통령은 같은 날 “신속한 (공수처) 출범 길이 열려 다행”이라며 “2021년 새해 벽두에는 공수처가 정식으로 출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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