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국회가 김여정 따라 법 만드나” 巨與의 입법 폭주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4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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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巨與)의 입법 폭주가 14일 마무리되면서 국내 권력기관(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국정원법·경찰법 개정안)부터 재계(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노동계(노동조합법 등 노조3법,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까지 통과시켜 ‘입법 전쟁’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하지만 각 분야에서는 “이런 식으로 입법을 해놓고 각 분야의 파열음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 대화 없는 거여의 일방통행식 폭주

“벽을 보고 말하는 것 같았다.” 최근 민주당이 주최한 경제3법 공청회에 참석했던 기업의 한 고위 임원은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재계 관계자들을 대거 불러 앉혀놨지만 결국 의견 청취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며 “이미 답은 다 정해놓고 듣는 시늉만 한다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또 다른 재계 고위 관계자도 “최소한의 예의만 차린 채 ‘어디 한 번 떠들어봐’라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부족했던 소통만큼 그에 따른 입법 후폭풍도 이미 거세다. 14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은 입장문을 내고 “기업들이 조금이나마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몇 가지 사항만이라도 보완입법으로 반영해 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상법 개정안 내 감사위원 분리선임 시 의결권을 개별로 3% 제한하는 것과 관련해 시행 시기를 최소 1년 이상 유예해달라는 것.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노조 3법과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해 “개악”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야당 반발을 무시한 채 민주당이 강행한 법안인데도 예상과 달리 노동계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어 도리어 노사관계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은 “경영계 요구만 수용한 청부입법”이라며 “개악된 노조법과 근로기준법을 되돌리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예고했다.

● 태영호 “국회가 김여정 따라 법 만드나”

이날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 시도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은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와 더불어 대북 정보 유입 자체를 막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은 “이번 개정안은 중국 등 제3국을 통한 USB 전달 등 대북정보 유입을 막는 ‘대북정보유입 금지법’으로 볼 수 있다”면서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명분으로 정보 유입까지 차단한 것은 과잉 입법”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와 의회, 인권단체들마저 일제히 “어리석은 입법”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이날 10시간 3분 동안 필리버스터(무제한 반대 토론)에 나선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도 “대북전단금지법은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악법”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 의원은 “북한으로 대한민국의 위대한 가치와 자유, 평등, 민주정신이 들어가는 걸 막는 법”이라며 “김정은과 손잡고 북한의 주민들을 영원히 노예의 처지에서 헤매게 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한국을 ‘남조선 괴뢰’로 부르라고 강요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한국을 ‘아랫동네’로 다정히 부른다”며 “한국 영화,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 한국처럼 ‘오빠야’ ‘자기야’라는 표현도 많이 쓴다”고 했다. 이어 “북한엔 수요가 있고 우리에겐 공급할 능력이 있다”며 “김여정이 만들라고 안 했다면 이런 법을 만들었겠는가. 국회가 김여정을 따라 법을 만들다니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 대변동 앞둔 국정원도, 경찰도 걱정

비록 시행까지 3년간의 유예 기간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넘기는 것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여권 관계자는 “은밀하고 민감할 수밖에 없는 대공수사권은 일반 부처의 업무 떠넘기듯 한 번에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 사실”이라며 “3년 동안 경찰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국정원 내부의 반발도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국정원 고위 관계자는 “수사권이야 경찰이 가져갈 수 있다 해도 본격 수사 착수 전인 기획 단계에서부터는 국정원과 경찰이 반드시 함께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대공수사권을 넘겨받는 경찰 역시 내년부터 국가경찰, 수사경찰, 자치경찰 체재로 개편되는 대변혁을 앞두고 있는 만큼 별다른 내부 준비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개혁입법이) 시민단체 등 여권에서 오래 논의해 온 과제라지만 부동산 정책처럼 현실에 적용했을 때는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한 여권 관계자도 “‘임대차 3법’이 불러온 후폭풍처럼 각 분야에서 파열음이 이어질수록 졸속입법에 따른 책임이 민주당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다”고 했다.

김지현기자 jhk85@donga.com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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