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결정 재가와 추미애 법부무 장관의 사의표명이 이어지자 더불어민주당은 16일 “검찰개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드라이브를 본격화했다. 동시에 윤 총장을 공수처 수사 대상에 올려야 한다며 윤 총장과 검찰에 대한 압박의 고삐를 조였다. 반면 야당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조직폭력배의 사적 보복’ ‘국정농단’ 등으로 규정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 與 “징계위 판단 존중해야”
청와대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가 상식적인 결과인 만큼 문 대통령의 재가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당초 추 장관의 징계 청구를 놓고 “윤 총장 해임을 위한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지만 문 대통령이 징계위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강조하자 해임과 면직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전부터 법무부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한 만큼 재가를 더 미룰 이유가 없다”고 했다.
민주당 허영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징계를 재가한 만큼 윤 총장은 공직자답게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숙과 성찰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추 장관의 사의 표명에 대해서는 “국민과 역사만을 바라본 큰 결단”이라고 추켜세웠다. 이낙연 대표는 문 대통령의 재가가 나기 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징계위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검찰개혁을 왜 해야 하는지 더욱 분명해졌다”고 했다.
민주당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계기로 추-윤 갈등이 일단락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그동안 검찰 간 갈등이 추 장관과 윤 총장을 대척점으로 하는 인물 간 갈등 구도로 인식되면서 되레 윤 총장 지지율이 올라가는 등 부작용이 많았다”며 “앞으론 공수처 출범 등 검찰개혁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선 정직 2개월에 그친 징계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추 장관의 징계 청구가 애초부터 무리한 조치였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오히려 여권을 향한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것. 여권 관계자는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라는 정치적 부담을 무릅쓴 만큼 해임이나 면직과 같은 중징계를 이끌어냈어야 했다”며 “추 장관의 사의 표명에는 이를 책임진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 18일부터 재가동
윤 총장 징계에 이어 민주당은 공수처장 추천위원회 가동을 본격화하며 ‘윤석열 몰아내기’ 마무리 작업에 돌입했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18일 회의를 열어 후보 추천 논의를 이어가기로 이날 결정했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당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그날(18일) 가급적 결론이 났으면 한다. 결론을 내는 추천위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달 중 공수처장 인사청문회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추천위 회의에서 각각 5표씩을 받은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대한변호사협회 추천)과 전현정 변호사(추 장관 추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추천될 최종 2인에 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는 이날 KBS라디오에서 “공수처가 출범하게 되면 아마 틀림없이 (윤 총장 관련 의혹이) 제기가 될 것이고 그런 일들이 제기가 되면 공수처가 수사를 안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김종민 최고위원은 같은 날 MBC라디오에서 “공수처에서 할지 아니면 특검에서 수사할지는 검찰수사가 진행되는 것을 보고 판단돼야 한다”며 특별검사 도입을 거론하기도 했다.
● 野 “윤 총장 징계는 조폭의 보복”
야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과연 이것이 국가 운영의 상식에 맞는 것이냐”며 “정상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징계 사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공권력이라는 탈을 빌린 조직폭력배의 사적 보복과 다를 바가 전혀 없다”고 날을 세웠다. 김예령 대변인은 이날 사의를 표명한 추 장관을 향해 “오직 ‘윤석열 죽이기’를 위해 존재했던 역사상 최악의 법무부장관”이라며 “사퇴는 대통령 말처럼 ‘결단’이 아니라 임무완수를 마친 이의 당연한 ‘퇴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했다.
야권의 차기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문 대통령을 겨냥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막장 드라마의 주연은 문 대통령”이라며 “머지않아 폭정을 심판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과 이 정권은 잠시 살고 영원히 죽는 길로 들어섰다”고 했다,
다만 야권에서는 윤 총장에 대한 주목도가 커질수록 기존 야권 대선 주자들이 위축되는 일명 ‘윤석열 딜레마’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9일 발표한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윤 총장은 25.8%를 얻어 야권 주자 가운데 선두를 달렸다(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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