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임금님’ 비유한 홍세화 “힘의 논리에 ‘빠’의 정치…진짜 정치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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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2월 20일 10시 29분


문재인 대통령을 ‘착한 임금님’에 비유한 장발장은행 은행장 홍세화 씨(74)는 정치 팬덤화의 영향으로 ‘진짜 정치’가 실종됐다고 비판했다.
홍세화 장발장은행 은행장. [조영철 기자]
홍세화 장발장은행 은행장. [조영철 기자]

“자신들의 생각과 조금만 달라도 바로 튀어나오는 말이니까 이젠 신경 안 씁니다.”

홍 씨는 19일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대통령은 착한 임금님’이란 칼럼과 관련해 “평생 먹을 욕을 다 먹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달 해당 칼럼을 기고했다. 불편한 질문, 불편한 자리를 피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문 대통령을 착한 임금님에 비유했다.

그보다도 홍 씨는 씁쓸한 심정을 내비췄다. 그는 “글을 쓴 의도가 편한 임금님 노릇 그만하고 대통령이라는 엄중한 자리로 돌아가라는 바람이었는데 지금 대통령을 보면 제 뜻이 잘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히려 자신을 향한 비난은 예상한 반응이었다는 것이다.

홍 씨는 “지금 우리 사회는 합리적 사고가 진영 논리에 완전히 갇혀버렸다고 할까. 진영이 블랙홀이 돼버렸다. ‘논리의 힘’이 아니라 ‘힘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며 “여기에 ‘빠’와 ‘양념’의 정치, 공작 정치가 더해져 진짜 정치는 실종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설득하기는 어렵고 선동하기는 쉬운 사회다.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을 수정하거나 변화시키는 설득보다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을 더 극단으로 몰아가는 선동이 더 쉽다”고 했다.

홍 씨는 문 대통령이 침묵으로 일관한다는 점을 재차 비판했다. 그는 “왜 집권했는지 잘 모르겠다. 무슨 국정철학을 갖고 있고, 무슨 정치철학을 갖고 있는지, 무슨 미래 청사진을 갖고 있는지 보이질 않는다”며 “국정 최고지도자라면 국민 사이에 의견이 분열돼 있는 현안에 대해 자신의 뜻을 피력하고 토론하고 설득하고 추진하고 돌파한다. 욕먹을 각오를 해야한다. 그런데 정치가 팬덤화되다 보니 비판적 목소리는 아예 외면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검찰개혁도 비판했다. 홍 씨는 “대통령이 계속 검찰개혁, 공수처를 붙들고 있는데 지금 만들려는 공수처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더 큰 권력일 뿐이다. 이것은 민주적 통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 씨는 프랑스의 사인소추제도를 비교 사례로 언급했다. 그는 “프랑스에선 검찰이 기소를 독점하지 않고 범죄 피해자가 직접 소추할 수 있는 사소권(私訴權)을 인정함으로써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제한하고 있다”며 “이처럼 시민적 통제가 가능한 제도를 만드는 것이 민주적 통제이고, 국회가 할 일이고, 검찰개혁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윤석열만 제거하면 된다, 싫으면 내 편에 서라가 검찰개혁이 돼버렸다”고 했다.

홍 씨는 문재인 정부가 ‘진짜 진보’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지금의 보수는 보수가 아니듯, 진보도 진보가 아니다. 분단체제에서 수구세력, 즉 극우적인 반북 국가주의자들이 보수를 참칭했고, 반일 민족주의를 앞세운 자유주의 보수세력이 진보를 참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저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이들의 권력다툼을 ‘어제까지 아주 좋았는데 오늘 그런대로 괜찮은 세력’(수구세력) 대 ‘어제까지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오늘 아주 좋은 세력’(보수세력) 간에 더 좋은 내일을 누가 차지할 것인지를 놓고 다투는 장이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 진보가 제자리를 찾으려면 보수가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데 지금 보수는 자신들이 지켜야 할 보수의 가치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그냥 기득권이라 부르는, 어제가 좋았던 것밖에 없는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홍 씨는 현 정권의 중심에 있는 586세대를 “제대로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실제로 돈 버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도 모르는 ‘민주건달’”이라고 표현했다. 최근 문 대통령의 취임사도 다시 읽었다고 한다. 그는 “좋은 내용은 다 있는데 대통령이 직접 작성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라며 “설령 다른 사람이 썼다 해도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 내 의지와 일치하면 되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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