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대변인 “도 넘은 내정간섭” 이어 이낙연 나서 “잘못된 정보서 출발”
자유민주진영, 인권 문제에 민감
바이든 추진 ‘민주주의 정상회의’
한국 참여에 악영향 미칠 수도
유엔과 미국 의회, 행정부에 이어 영국 의회, 일본 언론까지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며 그야말로 ‘글로벌 역풍’을 맞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은 상대국에 대한 진지한 설득보단 ‘내정간섭’이라고 반박하면서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인권 같은 민주주의 가치에 민감한 미국 등 서구의 우려를 외면한 채 대북전단금지법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처럼 진영 논리를 앞세워 국회에서 강행 처리했다가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 여권 대선주자까지 “잘못된 왜곡”이라며 방어 총력전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국제사회의 지적에 대해 “그 주장엔 잘못된 정보에서 출발한 오해와 왜곡이 있다. 미국 의회 일각에서 개정법의 재검토를 거론하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접경지역 주민대표 간담회에 참석해서는 “표현의 자유 가치가 중요하지만 국민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할 수 없고 이는 국제사회가 받아들이는 공통의 원칙”이라며 “국민 다수도 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최근 미국 정치권 일각의 문제 제기는 남북 분단의 특수성과 접경지역 안전 상황, 전단 살포 단체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미국 등의 비판을 겨냥해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저급한 비난이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통일부도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미 의회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등의 대북전단금지법 우려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법안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균형 잡히지 않은 일부 의견이 국내외에서 제시되고 있다”고 반발했다. 전날 민주당 허영 대변인이 “한국 내정에 대한 훈수성 간섭이 도를 넘고 있다”며 반발한 데 이어 집권여당 지도부와 정부가 일제히 직접 국제사회의 비판이 왜곡됐다고 성토하고 나선 것이다.
○ 전문가들 “‘민주주의 정상회의’ 참여 등에 악영향 줄 수도”
하지만 “잘못된 정보에 근거한 일각의 왜곡”이라는 정부여당의 반박과 달리 국제사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전단금지법 시행을 재고해야 한다는 여론이 잇따르고 있다. 지금까지 주로 미국, 유엔에서 제기됐다면 이젠 일본 영국 등 자유진영 주요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일본 유력 일간지 아사히신문은 “북한의 불합리한 요구에 굴복해 시민 권리에 제한을 가하는 조치는 재고돼야 한다”며 대북전단금지법 시행의 재고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신문은 “한국에서 최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적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며 “민주정치의 양태는 국가 상황에 따라 다양하지만 보편적 가치를 지니는 현안을 놓고는 국제사회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권은 독선적 수법을 고쳐야 한다”고도 했다. 데이비드 올턴 영국 상원의원은 20일(현지 시간) ‘북한에 대한 초당파 의원 모임’ 공동 의장 자격으로 도미닉 라브 외교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영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대북전단금지법 재고를 촉구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는 대북전단금지법을 ‘재갈 물리기 법(gag law)’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뒤 “문 대통령이 이 법안에 서명하면 한반도에는 더 이상 북한의 인권과 존엄성을 알릴 수단이 없게 된다”고 했다.
외교가에선 대북전단금지법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논란이 예상보다 가열되면서 문재인 정부와 미국 영국 등 자유진영을 주도하는 국제사회 간 엇박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 인권 문제에 강경한 조 바이든 행정부는 내년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를 예고했고 내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개최국인 영국은 민주주의 10개국 협의체(D10)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서 표현의 자유 제한과 북한 인권에 대한 현 정부의 미온적 대응이 도마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은 “국제사회의 인권 지적에 내정간섭 논리로 맞서는 건 독재국가에서 자주 쓰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인권대사를 지낸 이정훈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국제사회는 북한 인권 문제 해결에 가장 앞장서야 할 한국 정부가 뒤로 빠져 있다는 인식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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