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 ‘삼수’를 선언하면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관계에 다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안 대표의 1차 승부처는 보수야권 단일후보 자리를 확보하는 것이 될 전망인데, 제1야당의 대표인 김 위원장이 그간 안 대표를 향해 여러 차례 탐탁잖다는 반응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과의 껄끄러운 관계가 안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청년 멘토’로 활동하며 대중적 인기를 끌던 안 대표는 정치에 입문하며 김 위원장에게 정치적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하려던 안 대표에게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부터 정치 경험을 시작해야 한다며 총선 출마를 권유했지만 안 대표는 김 위원장과 이견을 보였다.
이때 있었던 일에 대해 김 위원장은 지난 9월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처음 그분에게 ‘정치를 하고 싶으면 국회부터 들어가서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했더니 ‘국회의원은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는 사람들인데 왜 의원을 하라고 하느냐’고 하더라”라며 “이분이 정치를 제대로 아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을 더 이어가지 않고 자리를 뜬 적이 있다”고 재차 혹평하기도 했다.
이후 2015년 안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하고, 김 위원장이 민주당의 선거대책위원장직을 맡으면서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한층 두드러졌다.
두 사람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을 각각 이끌며 경쟁 구도에 섰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을 탈당한 안 대표가 ‘불리하니 나간 것’이라고 비판했고, 안 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차르’, ‘모두까기’라고 받아쳤다.
김 위원장이 안 대표에게 완전히 마음을 닫은 건 2017년 대선 때라고 알려져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안 대표가 제안한 개혁 공동정부 준비위원장직을 수락했지만, 안 대표가 대선에서 3위로 패배하며 인연이 정리됐다. 정치권에서는 이때 김 위원장이 안 대표의 정치적 역량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고 보고 있다.
잠잠하던 두 사람 사이 관계는 김 위원장이 국민의힘을 이끌기 시작하면서 다시 마찰음을 내기 시작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연대 논의가 시작된 이후 김 위원장은 줄곧 안 대표의 정치적 역량을 폄훼하는 듯한 태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9월3일 비대위원장 취임 100일을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 대표 개인이 앞으로 어떤 생각을 갖고 정치활동을 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 필요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치적 역량뿐 아니라 경제에 대해서도 “그 사람(안 대표)은 자유시장경제가 무엇이라는 것을 정확히 인식을 못하는 것 같다”고 일축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당과의 ‘연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야당이 국민의힘 말고 더 있느냐’는 김 위원장은 안 대표를 향해 ‘필요하면 들어오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저지에 두 당이 힘을 합치자고 한 안 대표의 제안에 대해서도 “별로 귀담아듣지 않는다”며 “(안 대표는) 개인적, 정치적 생각으로 자꾸 그런 소리를 한다”고 했다.
안 대표가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후에도 김 위원장의 반응은 변함없이 시큰둥했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가 출마 의사를 밝힌 19일 통화에서 “여러 출마자 중 한 명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김 위원장이 안 대표를 향한 개인적 평가를 바꿀 만한 계기가 있지 않는 한 이 같은 떨떠름한 반응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무엇보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가질지에 관심이 모인다.
안 대표는 지난 20일 출마를 선언한 자리에서 김 위원장과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뿐만 아니라 정권교체에 동의하는 어떤 분이라도 만나서 연대와 협력을 하겠다”고 답했다.
야권연대에 대한 김 위원장의 반응에 대해서는 “구성원의 다양한 생각이 있는 게 민주정당의 모습 아니겠나”라며 “이런 문제에 대해 열린 장에서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에는 안 대표를 향한 우호적 시선도 존재한다. 아직까지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군에 안 대표 정도의 인지도와 정치적 체급을 갖춘 인물이 없을 뿐 아니라, 국민의힘이 지닌 ‘수구 보수’의 비호감 이미지를 벗는 데 안 대표의 ‘중도·실용’ 노선이 쓰임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그 배경에 깔려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미 안 대표를 향해 몇 차례 공개적 ‘러브콜’을 보냈고, 안 대표는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진행하는 포럼이나 초선 의원 모임 등에 참여해 정권교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결국 안 대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보수야권의 단일후보가 될 수 있을지는 김 위원장이 앞으로 어떤 공개적 메시지를 내느냐에 따라서도 좌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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