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요구 거세지는 ‘나경원-오세훈’[고성호 기자의 다이내믹 여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2일 11시 40분


그래픽 강동영 기자 kdy184@donga.com
그래픽 강동영 기자 kdy184@donga.com
“우리가 막아낼 방법은 없었다.”

이달 15일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 주호영 원내대표는 “숫자의 힘에 밀렸다”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비판했다. 이어 주 원내대표는 “우리 국민은 며칠 사이 정권과 권력의 오만과 폭주를 봤다. 이제 다음 선거에는 어떻게 해야 되겠다고 서서히 마음을 잡아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기국회와 임시국회를 통해 쟁점 법안들을 모두 자신들의 뜻대로 처리한 민주당을 국민이 심판해줄 것을 바란다는 의미였다.

국민의힘은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국민 심판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보궐선거에 승리한다면 이를 발판 삼아 2022년 대선을 통해 정권 창출도 기대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요즘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보궐선거에 대한 얘기가 많다. 국민의힘에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유일한 희망”이라며 이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 국민의힘 서울지역 지지도, 민주당 앞서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도 있다. 무엇보다 지지율이 상승세다. 최근 국민의힘 서울지역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을 3주 연속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전국 유권자 25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1일 발표한 12월 3주차 정당 지지도(신뢰수준 95%·표본오차 ±2.0포인트·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서울지역 국민의힘 지지율은 31.9%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27.5%에 머물렀다. 두 당간 격차는 4.4%포인트로 전주보다 벌어졌다.

다만 좋은 분위기에도 국민의힘은 드러내놓고 즐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필승카드로 내세울 뚜렷한 서울시장 후보가 없는 게 문제다. 특히 차기 대선 출마가 유력한 것으로 예상됐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야권 단일후보’를 내세우며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국민의힘의 속내는 복잡해졌다.

인지도를 갖췄다는 점에서 안 대표는 좋은 흥행 카드이다. 하지만 보수 야권 단일후보를 안 대표에 내줄 경우 제1야당의 존재감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만약 안 대표와 후보 단일화가 불발되면 보수 표심이 분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17년 ‘김종인의 경제민주화’ 출판기념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동아일보DB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17년 ‘김종인의 경제민주화’ 출판기념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동아일보DB


● 단일화 방식 놓고 주도권 싸움


국민의힘 입장에선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해 경선을 치르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다. 국민의힘도 ‘반(反) 문재인 정부’ 연대를 위한 보수 야권 통합에는 뜻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에 안 대표가 제1야당으로 들어오면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안 대표는 이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이길 수 있는 최선의 가능성을 찾고자 한다”며 즉답을 피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보다는 당 대 당 경선을 통한 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해 2월 서울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뒤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해 2월 서울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뒤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국민의힘 일각에선 당내 대선주자급 인사들이 후보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체급을 낮춰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라는 요구다. 안 대표가 ‘야권 단일후보’ 도전장을 내민 만큼 국민의힘도 중량급 후보들이 나서 안 대표와 경선을 치러달라는 뜻이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대선주자급 인사들이 내년 보궐선거를 관망해서는 안 된다”며 “스스로 체급을 낮춰 보궐선거에 나와야 판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 관계자도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시장 가운데 한 사람이 후보가 된 뒤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안 대표와 치열하게 붙어야 중도층 표심을 얻을 수 있다”며 “당내 후보 결정 과정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로서 동아일보와 마지막 고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로서 동아일보와 마지막 고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 국민의힘 후보자 놓고 설왕설래 중


그렇다면 누가 후보로 나서는 게 좋을 것인가에 대해선 여러 분석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오 전 시장은 이번 경선에서 패배할 경우 정치적으로 타격이 엄청나게 크다. 이런 부담감을 감수하면서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오 전 시장의 출마 가능성을 낮게 봤다. 반면 한 당직자는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오 전 시장과 나 전 의원 모두 당내 출마 요청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시장을 했던 행정 경험이 있기 때문에 경쟁력 측면에선 오 전 시장의 출마가 나을 수도 있다”며 오 시장의 출마 가능성을 점쳤다.

반면 또 다른 의원은 “만약 나 전 의원이 안 대표에게 지더라도 당을 위해 헌신했다는 정치적 이미지가 쌓이기 때문에 나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나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고성호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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