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의 과거 ‘구의역 김군 발언’ 논란과 관련해 9차례 거듭 사과하며 낮은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못사는 사람들’ 발언 등으로 불거진 경제적 취약계층 폄훼 논란이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및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재직 당시 낙하산 인사나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는 “과장되거나 왜곡됐다”며 맞섰다.
●野 “卞, 인간으로서 품격 없어” 맹공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는 후보자 인성 등 자질 논란이 주요 쟁점이 됐다. 국민의힘은 청문회 시작 전부터 ‘(구의역) 김군의 희생을 모욕하지 말라’ ‘임대하는 사람들도 외식한다’ 등의 피켓을 내걸었다. 변 후보자가 SH공사 사장 재직 시절 “걔(구의역 스크린도어 피해자 김모 씨)만 조금만 신경쓰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거나 공유주택 입주민을 향해 “못 사는 사람들이 미쳤다고 밥을 사먹느냐”고 한 것을 지적한 것. 국민의힘 김희국 의원은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품격도 갖추지 못했다”며 “즉시 자진사퇴하고, 용기가 없다면 임명권자가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여야가 시작 전부터 고성을 주고 받으면서 청문회는 예정보다 약 40분 늦게 시작됐다.
변 후보자는 이날 구의역 김군 발언과 관련해 청문회 시작 전 진행된 모두발언에서부터 “김 군과 가족분들, 그리고 오늘 이 시간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고 계신 모든 분께 이 자리를 빌려 거듭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하는 등 9차례에 걸쳐 사과의 뜻을 밝혔다.
●卞, ‘여성 아침 화장’ 발언으로 또 논란
반면 자신을 둘러싼 다른 인성 논란에는 적극 부인했다. 특히 공유주택 입주민을 폄훼했다는 지적에 대해 “내부 회의 전체 발언 중 일부만 잘라낸 것”이라며 “우리나라 특성상 모르는 사람과 아침식사 하길 꺼리기 때문에 아침을 함께 먹도록 설계하면 안 된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여성은 화장 때문에 아침을 (모르는 사람과) 먹는 것을 조심스러워 한다”고 말해 이번엔 성인지 감수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변 후보자는 “듣는 분들 입장에서 다른 오해를 가져올 수도 있었던 것 같다”며 유감을 표했다
SH 사장 재직 시절 불거진 낙하산 채용과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지시로) 강력한 개혁 정책을 추진했는데, 그러다보니 불편한 분들이 있었던 것 같다. 이런 분들이 과장하거나 부풀려 언론에 제보하면서 일이 불거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녀가 고교 입시를 위해 변 후보자가 센터장이었던 환경정의시민연대 봉사활동 경력을 활용했다는 이른바 ‘아빠 찬스’ 논란에도 “지원서 초안에만 (봉사활동 기록을) 쓰고 실제 (학업계획서에는) 쓰지 않았다”며 “(지원한) 고등학교는 떨어졌다. 그러니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변 후보자의 주택 및 도시계획 분야 전문성을 강조하며 엄호에 나섰다. 진성준 의원은 “정책과 실무를 겸비한 분”이라며 “주택 공급 대책을 획기적으로 늘려줄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고 추켜세웠다. 변 후보자는 민주당 일각에서 주장해온 부동산거래분석원이나 추가 수요 억제 대책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며 화답했다. 도심 고밀개발과 관련해서는 “역세권의 밀도가 지금 160%밖에 되지 않는데, 이를 300% 가까이 올려도 되지 않겠느냐”며 역세권 용적률 상향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변 후보자는 또 ‘(진성준 의원이 발의한) 1가구 1주택법에 찬성하느냐’는 야당의 질문에 “법안을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주거기본법 정신에 대해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후보자가 논란이 된 과거 발언 문제에 대해 깊은 사과의 뜻을 밝혔고, 후보자 개인의 국토 분야 전문성과 국토부 장관 교체 시급성 등을 감안하면 낙마하거나 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변 후보자 인사청문계획서 채택 강행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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