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의 과거 ‘구의역 김군 발언’ 논란과 관련해 10차례 거듭 사과하며 낮은 자세를 보였다. ‘못사는 사람들’ 발언으로 불거진 경제적 취약계층 폄훼 논란에는 “취지가 왜곡됐다”며 해명에 나섰지만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화장 때문에 (모르는 사람과) 아침 먹기를 꺼린다”고 말해 이번에는 성인지 감수성 부족 논란이 일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반발에도 변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 卞, ‘여성 아침 화장’ 발언으로 또 논란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는 후보자 자질 논란이 주요 쟁점이 됐다. 국민의힘은 청문회 시작 전부터 ‘(구의역) 김군의 희생을 모욕하지 말라’ ‘임대하는 사람들도 외식한다’ 등의 피켓을 내걸었다. 변 후보자가 SH(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재직 시절 “걔(구의역 스크린도어 피해자 김모 씨)만 조금만 신경 쓰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거나 공유주택 입주민을 향해 “못사는 사람들이 미쳤다고 밥을 사먹느냐”고 한 것을 지적한 것. 국민의힘 김희국 의원은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품격도 갖추지 못했다”며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여야가 시작 전부터 고성을 주고받으면서 청문회는 예정보다 약 40분 늦게 시작됐다.
변 후보자는 이날 구의역 김군 발언과 관련해 청문회 시작 전 모두발언에서부터 “김군과 가족분들, 그리고 오늘 이 시간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고 계신 모든 분께 이 자리를 빌려 거듭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하는 등 10차례에 걸쳐 사과했다.
한편 공유주택 입주민을 폄훼했다는 지적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도 “전체 발언 중 일부만 잘라낸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특성상 모르는 사람과 아침식사 하길 꺼리기 때문에 아침을 함께 먹도록 설계하면 안 된다는 취지”가 왜곡됐다는 것.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여성은 화장 때문에 (모르는 사람과) 아침을 먹는 것을 조심스러워 한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후보자는 “듣는 입장에서 다른 오해를 가져올 수도 있었던 것 같다”며 뒤늦게 유감을 표했다.
○ 민주당, “卞 사퇴나 낙마 이유 없어”
변 후보자는 다른 논란에는 적극 부인했다. SH 사장 재직 시절 불거진 낙하산 채용과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서는 “강력한 (사내) 개혁을 추진했는데, 불편한 분들이 있었던 것 같다. 이런 분들이 과장하거나 부풀려 언론에 제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녀가 고교 입시를 위해 변 후보자가 센터장이었던 환경정의시민연대 봉사활동 경력을 활용했다는 이른바 ‘아빠 찬스’ 논란에도 “지원서 초안에만 (봉사활동 기록을) 쓰고 실제 (학업계획서에는) 쓰지 않았다”며 “(지원한) 고등학교는 떨어졌다. 그러니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정책과 실무를 겸비한 분”(진성준 의원) 등의 발언을 통해 변 후보자의 주택 및 도시계획 분야 전문성을 강조하며 엄호에 나섰다. 변 후보자는 민주당이 강조해온 부동산거래분석원이나 도심 개발이익 환수 필요성 등에 대해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며 화답했다. 서울 주택 공급과 관련해서는 “도심 밀도를 높이고 규제를 재조정하면 서울에서도 몇십만 신규 주택을 충분히 공급 가능하다”고 했다. 공공자가주택 도입과 관련해서는 “국회에서 특별법을 만들어주시면 환매조건부 등 공공자가주택을 시세의 60%나 절반 수준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유동성을 확대하지 않으면서도 실수요자들에게 대출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해 보겠다”고 밝혔다. 진성준 의원이 발의한 1가구 1주택법에 대해서는 “법안을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주거기본법 정신에 대해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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