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야당이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에 협조하지 않더라도 이르면 28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임명이 현실화될 경우 변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야당 동의 없이 임명되는 26번째 장관급 인사가 된다. ‘내정이 곧 임명’이라는 공식이 굳어지면서 야당에선 “이럴 바엔 청문회를 왜 하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위법에 대해 사법 처리 절차로 갈 것”이라며 소송전을 예고했다.
● 靑, “변 후보자에 대한 의혹 어느 정도 해소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했지만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28일로 논의를 연기했다. 국민의힘의 반발에 민주당이 한 발 물러난 모양새이지만 변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많은 만큼 민주당이 인사청문회가 끝난 당일 바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밀어붙이기에 부담을 느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회의가 잡혀있는 28일에 변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해 시선 분산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변 후보자가 위장전입 탈세 논문표절 등 이른바 ‘7대 고위공직자 인사 배제 기준’에 해당하는 사항이 없기 때문에 28일 청문보고서를 여당 단독으로라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소속 진선미 국토위원장은 이날 국토위 산회 직전 “28일 열릴 회의에서는 표결 처리를 해서라도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의 건을 처리하겠다”고 했다. 국토위(30명)에서 민주당 위원이 18명으로 과반이고 국토위원장까지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어 국민의힘이 반대하더라도 민주당 단독 의결이 가능한 구조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에서 공공성을 강조한 ‘변창흠표 공급·규제 정책’이 임기 말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마지막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임명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문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비공개 업무보고를 받고 “신임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구상하는 공급 방안에 대해 기재부가 충분한 협의 등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며 당시 청문회도 거치지 않은 변 후보자에게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변 후보자가 각종 논란에 대해 사과했고 의혹도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본다”며 “부동산 시장 불안을 해소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야당 동의 없이 임명하는 26번째 장관급 인사가 된다. 과거 정부에서 보고서 없이 임명한 사례는 노무현 정부 3명, 이명박 정부 17명, 박근혜 정부 10명 등이다. 인사청문회가 요식행위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18일 “사실상 청문회가 무력화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 野, “망언 시리즈로 천박함 드러나”…소송전 불사 예고
문 대통령의 변 후보자 임명 강행을 앞두고 야당은 일제히 반발하며 법적 소송전을 예고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망언 시리즈에서 드러난 의식의 천박함과 여러 기관 운영 관련 비리에 비춰 봤을 때 장관에 임명돼서는 안 된다”며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 청문회에서 드러난 위법에 대해 사법 절차로 갈 것”이라고 했다.
정의당은 고위 공직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자로 낙인찍는 이른바 ‘데스노트(death note)’에 변 후보자 이름을 올렸다. 국토위 소속으로 변 후보자 청문위원으로 참석했던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이날 상무위원회에서 “일련의 문제 발언을 통해 드러난 변 후보자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저급한 인식과 노동 인권 감수성 결여는 시대정신과 역행하고 국민 정서와 크게 괴리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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