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는 올 3월 이후 공판 준비기일 2차례, 공판 기일 34차례를 열었다. 70여 명의 증인을 법정에 불러 정 교수와 검찰 측의 주장에 대한 사실 관계를 따졌다. 선고 다음날인 24일 공개된 A4용지 575쪽 분량의 판결문엔 정 교수의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불법투자, 증거인멸 등 총 15가지 혐의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 근거 등이 빼곡히 적혀 있다.
● 세미나 참석 근거로 낸 동영상 인정 안 해
재판부는 아버지 조 전 장관이 소속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조 씨가 인턴 활동을 하지도 않았는데도, 조 전 장관이 허위로 증명서를 발급 받았다고 판단했다. “조 씨가 2009년 5월 15일 공익인권법센터가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했다”며 변호인 측이 제출한 동영상에 대해 재판부는 “동영상 속 여성은 조 씨가 아니다”라고 적시했다. 조 씨는 검찰 조사에서 동영상 속 여성은 자신이라고 주장했고, 옆 남성은 누군지 진술하지 않았다. 정 교수는 1~21회 공판에서는 누군지 모른다고 했다가 22회 공판에서 “딸이 맞고, 남성은 딸의 친구인 단국대 장영표 교수의 아들 장모 씨”이라고 진술을 바꿨다.
재판부는 “얼굴이 달라 조 씨가 아니다. 내가 참석했을 때는 중국어 발표가 있었기 때문에 영어 발표가 있던 그 자리에는 내가 없었다”는 취지의 장 씨의 진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동영상 감정 결과 등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공익인권법센터의 사무국장이 조 씨라는 주장을 하긴 했지만 재판부는 10년 동안 조 씨를 본 적이 없는 사무국장의 진술 신빙성이 낮다고 봤다. 재판부는 결국 조 씨가 세미나 준비를 돕는 등 인턴으로 활동한 것은 아니며, 이에 따라 세미나를 인턴 활동의 일환이라고 쓴 인턴십 확인서는 허위라고 판단했다.
2008년 6월 20일 조 씨가 제1 저자로 등재된 논문의 완성을 장 교수가 조 전 장관 측에 알린 지 12일 만에 장 씨가 조 전 장관에게 e메일을 보내 공익인권법센터의 인턴활동을 문의한 점 등은 ‘스펙 품앗이’가 사실이라고 판단한 주요 근거 중 하나였다. 장 씨는 “아버지가 조 씨의 스펙을 만드는데 도움을 줬기 때문에 자신의 스펙을 만드는데 조 전 장관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진술했다.
조 전 장관이 장관 지명 이후인 지난해 9월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아이나 집안 문제에 소홀히 하는 남편이고 아빠였다”고 했던 말과 달리 딸의 입시에 적극 관여한 정황도 판결문에 적혀있다. 조 전 장관은 딸의 대학 입시를 앞둔 2009년 7월 한영외고의 입시디렉터와 저녁식사를 하며 상담을 했다. 같은 달엔 한인섭 공익인권법센터장에게 “딸의 호텔경영학과 진학을 위한 호텔 인턴 자리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조 전 장관은 딸의 공익인권법센터와 부산 아쿠아펠리스호텔 인턴십 확인서를 직접 조작했다는 것이 재판부의 시각이다.
● ‘컴맹’ 정 교수 PC서 경력 위조 파일 나와
재판부는 최성해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정 교수가 위조하지 않은 근거로 정 교수가 ‘컴맹’이라는 주장한 변호인 측의 의견도 사실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동양대 강사휴게실 PC에서 발견된 ‘經歷證明書(경력증명서).docx’라는 파일에 주목했다. 이 파일은 정 교수가 1985년부터 3년 5개월간 재직했던 회사의 원본 경력증명서에서 기간을 8년 2개월로 고치고, 하단의 직인을 이미지 파일로 옮겨 붙여 2013년 8월 위조한 것이다. 재판부는 “정 교수는 2013년 6월 (딸의 표창장) 문서를 스캔하고, 스캔한 문서에서 특정 부분을 캡처하거나 오려붙여 다른 파일에 삽입하는 작업을 능숙하게 할 수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검찰 수사관이 동양대 강사휴게실 문 뒤편에 방치된 PC를 살펴보다 조 전 장관과 관련된 폴더를 찾아낸 뒤 “조국이다”라고 소리쳤고, 이후 자료를 확인하던 중 전원이 꺼져 PC를 임의제출 받아 대검찰청에서 디지털포렌식을 한 점 등 검찰 수사 과정도 판결문에 들어가 있다. 이 PC는 정 교수가 자택에서 사용하다 2016년 이후 고장 난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고, 여기에서 딸과 아들의 입시 관련 허위 스펙 파일이 상당수 나왔다. 정 교수는 24일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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