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금지법 ‘北과 거래’ 주장 논란
통일硏, 위헌소지 사전 지적했지만
與, 밀어붙여 국제사회 비판 자초
美의원 “바이든 인수위에 건의할것”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비판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무총리실 산하 통일연구원이 법안 통과 6개월 전 대북전단 살포를 현행 법률로 규제할 수 있고 새로 법을 제정하면 위헌 논란이 예상된다고 지적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6월 초 대북전단 살포를 “법으로 막으라”고 요구한 뒤 여당 의원들이 서둘러 법안을 발의하던 시점에 나왔다. 국책연구기관이 일찌감치 위헌 가능성을 우려했음에도 정부 여당이 대북전단금지법을 밀어붙여 국제사회의 비판을 자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23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의 특별대담에서 “삐라(전단) 문제를 해결해 줬으면 적어도 북한이 통일부와 대화에 나설 수 있는 밑자리는 깔아 놓은 것”이라며 “새해부터는 (법안 통과에 대해) 북한이 보답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북전단금지법을 두고 미국에서 문제나 반론을 제기하지만 삐라가 우발적인 군사충돌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모르기 때문에 인권이나 표현의 자유 억압이라는 원론적인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 통 크게 (쌀) 50만 t (지원)하겠다고 하고 그걸로 회담을 하자는 식으로 제안하는 것도 방법”이라고도 했다. 정부 여당이 강행한 대북전단금지법이 북한과 거래를 위한 수단이었다고 주장한 셈이다.
하지만 통일연구원은 6월 24일 ‘대북전단 살포의 법적 대응과 과제’ 현안 분석 보고서에서 “대북전단 살포는 현행 법률에 의한 규제가 가능하다”며 대법원 판결을 인용해 경찰관 직무집행법과 긴급피난을 규정한 민법 761조를 근거로 규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 특별법을 정교하게 제정하지 않으면 위헌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도 했다. 헌법재판소가 과잉금지원칙 위반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으로 제시한 ‘피해의 최소성’이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이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라는 목적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더라도 제재(처벌)는 최소한에 그치고 최후 수단이 되어야 함을 말해준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는 이 법안을 재가하는 등 정부 여당은 속전속결로 내년 3월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등 국제사회는 “비례성에 어긋나는 과잉 처벌”이라면서 법안의 정당성이 부족하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위헌 소지가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제사회 비판도 연일 확산되고 있다. 24일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인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12일 방미 중이던 지 의원과의 면담에서 “대북전단금지법 문제를 바이든 인수위에 건의하겠다”며 “북핵 문제보다 북한 인권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엘리엇 엥걸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과 캐나다 행정부, 독일 인권단체 등도 대북전단금지법에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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