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은 예상치 못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업무 복귀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대응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처리 등 권력기관 개혁입법을 마무리한 여당은 연말 지지율 반등을 기대했지만, 이른바 ‘윤석열 쇼크’에 일격을 당하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12월 정기국회에서 마무리한 각종 개혁입법 등 ‘입법대전’의 성과로 당 지지율이 회복될 것이란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국면 전환을 노렸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확보 논란에 이어 윤 총장 업무 복귀라는 대형 악재에 직면했다.
현직 대통령과 검찰총장의 헌정사 초유의 갈등 국면이 당청에 회복하기 어려운 자충수가 됐다는 평가가 다수다. 헌정사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였으니 그 후폭풍도 사상 초유의 혼란으로 되돌아온 형국이다.
연말 연초 심상치 않은 민심이 내년 4월 재보선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끊어내는 것이 여권의 당면과제다. 차기 대선과 직결되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자리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견고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40%선이 무너지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올해 4·15 총선 전후 50%대 육박했던 민주당 지지도 역시 30%대 아래로 내려갔다. 야당인 국민의힘에 1위 자리를 내주는 ‘치욕’을 겪었다. 더 물러설 곳이 없기에 여권은 검찰과 비장한 결사항전의 각오를 다졌다. 다만 여권의 검찰개혁 ‘반격’에 여론의 지지가 실릴 지는 불확실하다.
윤태곤 의제와전략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뉴스1과 통화에서 “각 진영의 강성 지지자들과 달리 중도층은 윤 총장 징계 관련해 법원의 결정을 보자고 판단을 유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중도층의 민주당 지지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민주당이 이제 사법부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하면서 ‘법원도 검찰과 똑같은 놈들’이라고 나가는 것은 결국 적을 늘리고 자기 편을 줄이는 것으로, 중도층 확보 측면에서 봤을 때도 좋을 게 전혀 없다”고 분석했다.
‘추미애-윤석열 갈등’ 장기화로 인한 국민들의 피로감과 부동산 문제 등이 겹친 상황에서, 윤 총장이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확대해 여권의 비위 의혹이 추가로 확인하는 전개가 여권이 꼽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정권에 치명상일 수 밖에 없는 탓이다. 당장 정권의 급소를 정조준한 월성 원전과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가 여권의 턱밑까지 왔다는 것이 당청의 위기의식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물러나며 ‘추-윤 갈등’을 마무리하고, 코로나19 대응과 함께 민생 경제에 집중하려던 국면 전환 구상도 차질을 빚게 됐다. 윤 총장 측이 제기한 징계 취소 본안 소송 판결이 내년 7월까지인 윤 총장 임기 안에 나오지 않는다면, 윤 총장 임기를 사실상 모두 보장한 셈이 된다. 이 경우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을 정권 수사를 진행하는 검찰과의 갈등 속에 치러야 하는 부담까지 가중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들도 여당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추미애-윤석열 갈등과 관련해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는 결과가 많았기 때문이다. 추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이후 실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10명 중 5명 이상(54.8%)은 ‘윤 총장이 사퇴할 필요가 없다’라는 주장에 공감했다.(리얼미터·12월18일·전국 만 18세 이상 500명 대상·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국민의힘이 잘하는 것이 없는데도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면서, 검찰개혁의 동력은 약해졌다. 민주당의 최근 입법 독주에 대한 민심도 악화됐다. 여권에 남은 반전 카드가 거의 없는 형편이다. 이낙연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전날(24일) 국회서 법제사법위원들과 긴급 회의를 가졌지만, 검찰개혁 특위로 확대·개편하고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서두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 외에 별다른 수를 내놓지 못한 것도 빈곤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한편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은 결사항전 태세다.
대통령이 재가한 검찰총장 징계가 법원에 의해 막히자 상당한 충격과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단단한 눈 뭉치에 정면으로 이마를 맞은 느낌이다. 정신이 번쩍 든다”며 “대통령께서 외롭지 않도록 뭔가 할 일을 찾아야겠다”고 향후 정치적 행보를 암시하기도 했다. 법사위 소속 김용민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지고 있는 것 같지만 결코 지지 않는다”며 “전투에서 져도 전쟁에서는 이길 수 있다. 입법을 통해 검찰, 법원이 국민에게 충성하도록 만들겠다”고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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