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합의로 서북도서 사격 못하고
울진까지 내려가 육군훈련 참관만
해병대 “비사격 훈련 등 만전 기해”
해병대가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북도서에 배치된 천무 다연장로켓(MLRS) 실사격 훈련을 올해 한 차례도 실시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대신 해병대는 서북도서 포사격 훈련을 중단하기로 한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올해 경북 울진까지 가서 육군의 천무 사격훈련을 참관만 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핵심 전력을 최전방에 배치해 놓고도 실제 사격조차 해보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2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천무를 운용하는 해병대 병력은 올해 천무 실사격 훈련을 아예 하지 못했다. 북한 장사정포를 무력화할 수 있는 천무는 최대 사거리가 80km에 이르고 축구장 3배 면적을 초토화할 만한 파괴력을 지녔다. 2017년부터 10대 안팎의 천무가 서북도서 화력 부대에 배치돼 있다.
소식통들은 이처럼 천무 사격 훈련이 전무한 것은 9·19합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합의의 남북 완충구역 내 포사격 훈련 중지 조항을 준수하기 위해 해병대는 서북도서에 배치된 K9 자주포를 육지로 옮겨 내륙순환훈련을 해왔다. 하지만 배치 전력이 적은 천무는 전력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이마저도 어려웠기 때문. 2018년 이후 서북도서 해병대의 천무 실사격 훈련은 지난해 11월 울진에서 1개 소대(20여 명)가 육군 천무로 40발(1회)을 쏴본 게 전부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면서 20명 안팎의 해병대 천무 운용병력이 6월 울진으로 이동해 육군 지상작전사령부의 천무 실사격 훈련을 지켜봤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11월로 예정됐다가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된 육군 예하부대의 올해 하반기 천무 실사격 훈련에 대해서도 해병대는 육군에 서북도서 천무 운용 병력 참관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병대는 “서북도서 화력부대의 내륙순환훈련을 정상 진행하고 있고 일평균 4회 이상의 사격 절차 숙달 등 비(非)사격 훈련을 실시하면서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군 내부에선 비사격 훈련은 유사시 대비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며 북한의 합의 불이행으로 사문화된 9·19합의 때문에 군의 작전·대비태세에 큰 공백이 생겨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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