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자리서 피아노 즉흥연주 검사 신현수, 靑 ‘왕수석’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31일 15시 00분


문 대통령과는 '인간적 신뢰관계'로 신임 두터워

연말 청와대 개편으로 기용된 참모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인사들인데, 그중에서도 신현수 신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문 대통령이 ‘인간적으로’ 믿는다고 할 정도로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다. 때문에 신 수석이 대통령 친인척 관리와 수사 및 정보 업무 등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의 역할에만 머물지 않고 막후에서 대통령의 뜻을 전하며 청와대 내 업무 조정에까지 나서는 ‘왕(王)수석’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검찰 출신을 쓰지 않는 문 대통령이 처음으로 신 수석을 민정수석으로 중용한 것도 그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다.

‘왕수석’이란 말은 정권마다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정권 실세에게 붙여진 별명이었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첫 청와대 민정수석으로서 노무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붙었고, 김대중 정부 때는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으로 일하며 DJ의 신임을 한 몸에 받았던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왕수석으로 불렸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YS의 각별한 신임을 받았던 이원종 정무수석이 왕수석 역할을 했다.

신 수석이 문 대통령과 인연을 처음 맺은 것은 노무현 정부 초기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때 그 밑에서 사정비서관으로 일하면서부터다. 당시 신 비서관은 맡은 업무를 원칙대로 처리했고, 이런 그의 인간됨에 깊은 인상을 받은 문 민정수석은 그를 눈여겨봤다고 한다.

신현수 신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맨 오른쪽). 동아일보 DB.
신현수 신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맨 오른쪽). 동아일보 DB.
신 수석은 2005년 사정비서관직을 떠날 당시 친정인 검찰로 복귀하면 청와대 근무 경력을 인정받아 승진 가능성이 높았으나 오히려 검사를 그만두고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다. 검사들이 청와대 파견을 오가며 승진을 거듭하던 오랜 관행을 뿌리친 ‘소신’ 행보가 문 대통령이 신 수석을 인간적으로 신뢰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한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 법률지원단장을 맡을 때도 신 수석은 원칙대로 해야 한다며 김앤장법률사무소를 휴직했다.

원칙주의자인 문 대통령이 원칙주의자인 신 수석을 신뢰한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출범 후 고교 동문이 청와대로 찾아 왔을 때 청와대 사무실에 있으면서도 “지금 없다고 말하라”며 돌려보낸 일화가 유명하다. 당시 여당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런 깐깐함 때문에 민원 해결에 애로를 겪자 “청와대에서 ‘왕수석’ 노릇 그만하라”고 압박해 문 대통령이 사표를 던진 일도 있다.

신 수석은 원래 검사였다. 1984년 사법시험 26회에 합격해 1990년 검사로 임관한 그는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사정비서관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대검 마약과장으로 재직하는 등 실력 있는 검사로 인정받았다. 신 수석은 검사로 일할 때 어떤 사건이든 성실하게 들여다보고 공정하게 처리하려고 노력한 자세를 높이 평가받았다. 사건 당사자의 억울함이 없는지, 법적인 오류가 없는지 꼼꼼하게 따져 사건을 처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났고, 검찰 조직에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신 수석은 1958년 서울 출생이다. 피아노 사교육이 가능했던 서울 교육 여건의 수혜를 입은 것인지 신 수석은 검사 시절 저녁회식 자리에서 즉흥 피아노 연주를 곧잘 들려줘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 일화가 유명하다. 법을 집행하는 차가운 이미지의 검사였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음악을 아는 풍류가이기도 했던 셈이다.

대통령의 신임 만큼이나 신 수석 앞에 놓인 난관 또한 적지 않다. 여권이 중단 없는 추진 의지를 밝힌 검찰개혁을 친정인 검찰을 상대로 완결지어야 하는 데다 원전 수사 등 윤석열 검찰총장이 청와대를 향해 벌이고 있는 정권 관련 수사를 방어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에서 잔뼈가 굵어 검찰조직에 대한 애정이 적지 않을 신 수석이 사법시험 7기수 아래인 윤 총장과 새해 '살아 있는 권력 수사' 등를 두고 어떤 대결 국면을 맞게 될지 주목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