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바깥에 있는 여러 정서와 의견을 부지런히 듣고 대통령에게 부지런히 전달하겠다.”
유영민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은 31일 임명 직후 일성으로 소통을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불거진 불통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여권에선 정치인 색채가 강한 정무형 인사들의 비서실장 기용을 예상했지만 문 대통령은 자신의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기업인 출신인 유 실장을 선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코로나19 극복은 물론 한국판뉴딜 등에서 내년 무조건 성과를 내야 한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인선”이라고 평가했다.
유 실장은 이날 임명 직후 인사말에서 “코로나와 민생경제가 매우 엄중한 때에 부족한 제가 비서실장이라는 중임을 잘 감당할 수 있을지 참 두렵다”고 운을 뗐다. 이어 “빠른 시간 내에 현안들을 잘 정리하고 속도감 있게 실행력을 높이고, 통합과 조정을 통해 생산성 있는, 효율 있는 청와대 비서실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올 하반기부터 대선 경쟁 구도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 성과를 내기 위한 속도전을 강조한 것이다.
직접 브리핑에 나서 후임인 유 실장을 직접 소개한 노영민 전 비서실장은 2007년 3월 노무현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 취임 당시 문 대통령의 메시지였던 “임기 후반부를 하산에 비유한다.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 끝없이 위를 향해 오르다가 임기 마지막 날 마침내 멈추선 정상이 우리가 가야할 코스”라는 의 발언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유 실장은 경제 행정 정무 등 여러 분야에서 소통의 리더십을 갖춘 덕장”이라며 “코로나 극복과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한 한국판 뉴딜의 성공적 추진, 4차산업혁명 선도 등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대통령 비서실을 지휘할 최고의 적임자”라고 했다.
부산 동래고와 부산대 수학과를 졸업한 유 실장은 LG전자 평사원에서 임원까지 오른 기업인 출신이다. LG CNS 부사장을 거쳐 포스코ICT 총괄사장, 포스코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을 지냈고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에게 영입돼 부산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유 실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가 LG전자에서 근무할 당시 해당 부서 임원을 지내는 등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
문재인 정부에선 초대 과학기솔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고, 올 4월 부산에서 21대 총선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영인 출신이라 합리적이고 추진력 있게 일하는 리더십이 좋다”며 “장관을 지낼 때도 부처 장악력이 좋아 대통령이 직접 비서실장으로 선택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유 실장의 임명을 두고 다양한 정치적 해석도 나온다. 노 전 실장 교체가 기정사실화되면서 그동안 친문 진영의 핵심들이 대거 하마평에 올랐던 상황에서 부산 출신이지만 정치적 색채가 적은 유 실장이 발탁됐기 때문. 일각에선 친문 소장파와 중진, 부산라인에서 각각 후임 비서실장을 추천한 가운데 결국 부산라인이 우세를 점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임기 말일수록 더 신중해야 하는 만큼 굳이 측근 기용의 리스크를 질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또 부산 출신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퇴임 후 양산까지 같이 갈 사람으로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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