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달구는 사면론]“적절한 때 MB-朴 사면 건의” 파장
이낙연 “심한 사회갈등 부른 주요 원인”… 국난극복 통합 내세워 필요성 강조
靑 “국민찬성 필요… 여론 지켜봐야”
“朴 최종 판결땐 사면론 불거질것… 늦으면 의미 퇴색” 與도 힘 실어
‘내년 대선 행보 본격화’ 관측도
“대통령이 언젠가는 판단하셔야 할 문제인데 짐을 덜어드리는 것도 좋겠다고 결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건의하겠다고 밝힌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사면 반대 여론을 떠안아 문재인 대통령의 결정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겠다는 의미다. 여기에 진보·보수 진영 양측에서 첨예한 이슈인 사면 문제를 이 대표가 선제적으로 꺼내들면서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승부수를 던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 與 “등 떠밀리듯 결정할 수는 없어”
이 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사면 언급 이유에 대해 “심한 사회 갈등의 요인 중 하나가 전직 대통령 문제”라며 “새해에 국난을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려면 갈등 대신 국민 통합으로 가야 하는데, 그 문제를 피해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서는 통합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에게 사면을 건의하는 시점에 대해 이 대표는 “적절한 시기”라고 말하며 ‘대통령의 짐’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5월 취임 2주년 KBS 대담에서 “두 전임 대통령께서 처한 상황은 정말 가슴 아프고 부담도 크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표 측 인사는 “역대 최장수 총리로 일하며 문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이 대표가 비판의 화살을 맞을 걸 감수하고 사면 논의를 꺼낸 것”이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표가 화두를 던진 것”이라며 “국민적 찬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여론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면 논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청와대와 이 대표의 이런 움직임은 집권 5년 차를 맞아 정국 주도권과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4일 박 전 대통령의 대법원 판결 뒤 사면 여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을 등 떠밀리듯 결정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통합이 필요한 이유는 당장 코로나19 극복에 전력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몇 달이 지나 사면 결정을 내리면 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권 안팎에서 2월 설 명절 전에 결론이 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 4월 보궐선거, 내년 대선 내다본 포석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사면 카드를 꺼낸 배경을 두고 내년 대선의 전초전인 4월 보궐선거를 의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정부여당 견제를 위한 야당 지지’(46.2%)가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여당 지지’(31.3%)보다 높았던 동아일보 신년 여론조사 결과처럼 민주당에 녹록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여당 의원은 “서울시장 승리를 위해서는 중도·보수층의 표심을 얻는 것이 필수”라며 “사면을 통해 ‘극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치를 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조사에서 중도 성향 서울 유권자의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24.8%)과 국민의힘(25.0%)이 팽팽했다.
또 사면 문제는 서울시장 선거의 핵심 변수인 야권 후보 단일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수야권에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반응이 엇갈려 사면이 단일화의 장애물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가 대선 행보의 시동을 걸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청와대 출신의 한 여당 의원은 “지금이야 사면 제안에 대한 반발이 많지만, 문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당내 여론은 한 번에 달라질 수 있다”며 “이 경우 현 정권의 계승자라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도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이 대표가 주춤하는 상황을 타개하는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사면이 무산되거나 청와대가 최종적으로 반대한다면 대권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전 이 대표가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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