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3일 긴급 최고위원회 간담회를 열고 이낙연 대표가 제안한 전직 대통령 사면 논의와 관련해 “당사자들의 반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꺼내 든 사면론에 대해 여권 내부에서 거센 반발이 일자 이틀 만에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과를 통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먼저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긴급 간담회 뒤 “이 문제는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들의 반성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앞으로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최고위는 촛불정신을 받들어 개혁과 통합을 함께 추진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간담회에서 “의원, 당원들의 마음도 이해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국민이 분열되어야 하느냐”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이 대표가 사면 논의를 꺼낸 가장 큰 이유인 통합의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했다”며 “다만 사면 논의를 위해서는 당사자들의 사과와 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쪽으로 뜻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최고위원들은 당분간 사면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기로 했다. 이 대표는 간담회 직후 “반목과 대결 진영 정치를 뛰어넘어서 국민 통합을 이루는 쪽으로 발전해 가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사면 건의에서 후퇴하는 게 아니다”라며 “당내 혼란을 수습하자는 것이 오늘의 주안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당 지도부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면을 건의할지를 두고 “당원과 국민의 뜻을 경청하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결론을 냈다.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열리는 이달 중순까지 여론의 향방을 보겠다는 것. 여권 관계자는 “최고위원들이 온전히 이 대표의 손을 들어준 것은 아니다”라며 “반발 여론을 수습하지 못하거나, 청와대가 사면에 부정적으로 돌아서면 이 대표는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까지 남은 열흘가량이 이 대표 대선 가도에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당사자들 반성’ 요구에 강하게 반발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사면을 두고 장난을 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친박(친박근혜)계인 박대출 의원은 “이제 와서 전직 대통령들에게 공을 떠넘긴 것은 정말 비겁하고 잔인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박민우 minwoo@donga.com·이은택 기자
▼“사면여론 어떻게 가느냐가 관건”… 與, 14일 朴선고까지 속도조절▼
“반목과 대결의 진영 정치를 뛰어넘어 국민 통합을 이루는 정치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믿는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3일 긴급 최고위원 간담회를 마친 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카드를 꺼내든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당내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통합을 위한 사면 건의를 접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
그러나 “당사자의 반성이 중요하다”는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결론에 야권은 “공개 반성문을 쓰라는 것이냐”며 들끓었다. 새해 벽두를 강타한 사면 정국의 결과에 따라 이 대표의 당내 리더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 이낙연 “통합은 정부 여당의 과제”
사면 건의를 둘러싼 당내 여론이 심상치 않자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들을 긴급히 불러 모았다. 간담회에는 김태년 원내대표와 양향자 신동근 노웅래 염태영 최고위원, 박광온 사무총장, 오영훈 당 대표 비서실장, 김영배 당 대표 정무실장 등 핵심 당직자들이 총출동했다.
간담회에선 “두 전직 대통령들은 아무 사과도 없는데 우리가 먼저 사면을 추진하는 게 맞느냐”, “사전 논의 없이 이렇게 민감한 문제를 불쑥 꺼내면 어떻게 하느냐”, “당원 여론이 심상치 않다” 등의 문제 제기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이 대표가 사전에 논의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하면서도 통합의 필요성을 강하게 설득했다”며 “최고위원들도 이 대표가 왜 사면 건의를 꺼냈는지에 대해서는 수긍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국난을 극복하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것이 당면한 급선무다. 이를 위해선 국민의 모아진 힘이 필요하다”며 “그런 저의 충정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사면론을 제안한 이후 주변에 “(국무총리 집무실이 있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본 광화문광장이 갈등의 광장으로 변한 것에 고민이 많았다. 국민 통합은 정부 여당으로서는 반드시 해내야 할 과제이고, 누군가는 해야 할 이야기”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인 득실을 고려한 즉흥 제안이 아니라는 취지다. 논의 끝에 이날 간담회에선 “이 문제는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 반성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앞으로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는 절충안이 마련됐다.
민주당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재상고심 선고가 예정된 14일까지 청와대와 야당, 그리고 두 전직 대통령 측의 반응을 지켜보며 사면 논의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또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지지층의 반발 확산을 막고 공을 야권에 넘기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두 전직 대통령 쪽에서) 어떤 식으로든 입장이 나올 수 있다는 말도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까지 약 열흘이 분수령
최고위원들은 또 이날 간담회 뒤 “당분간 사면 문제에 대한 공개 의견 개진은 삼가자”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면 문제로 인한 내분 확산을 막고 일단 사태를 봉합하자는 취지다. 한 참석자는 “이달 중순경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면 문제가 언급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그때까지 지켜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이날 사면 문제에 대해 청와대와 교감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 없다”고 했다. 사면 논란이 대통령에게 번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관건은 앞으로의 여론이 어떻게 흘러가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사면 건의 철회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상황에서 당내 여론을 수습해 나가고, 공감대를 형성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한 친문(친문재인) 의원도 “청와대도 향후 여론에 따라 사면 논의의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 역시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까지 남은 약 열흘 동안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이 사면 건의를 수용한다면 거센 비판 여론의 물줄기를 돌려놓을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차기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큰 정치적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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