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제안한 전직 대통령 사면론이 당내 반발에 부딪힌 가운데, 야권은 문재인 대통령과 이 대표의 책임론을 꺼내들고 반격에 나섰다. 이 대표 측은 사면 건의 방침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이 두 전직 대통령의 반성과 사과를 요구하면서 야당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통합을 명분으로 꺼낸 사면론이 결과적으로 여야 대치의 불씨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전쟁에서 항복한 장수에게도 기본적인 대우는 있다”며 “이런 사건에서 (전직 대통령의) 사과나 반성을 요구한다는 건 사면을 않겠다는 말”이라고 했다. 김기현 의원도 CBS 라디오에서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을 놓고서 노리개처럼 취급한 거 아니냐”고 했다. MB(이명박)계 좌장격인 이재오 전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사과 요구에 대해 “시정 잡범들이나 하는 이야기”라며 “결국 정치적 보복으로 잡혀갔는데 내주려면 곱게 내줄 것이지 무슨 소리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꺼내 든 ‘사면론’이 오히려 여야 간의 간극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조 친박으로 꼽히는 이정현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대표 개인의 지지율 상승을 위해 던진 언론용 미끼다. 참으로 잔인무도한 정치쇼”라고 비판했다.
야권에서는 “이제는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사면은) 대통령에게 주어진 헌법상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대통령 스스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대통령이 직접 본인의 생각을 국민 앞에 밝히는 게 정도”라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에서도 여진이 이어졌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사면과 같은 중대한 사안은 더더욱 국민 상식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이 대표 면전에서 사면론을 비판했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사면 논란은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며 “정치인이 가지는 소신은 존중돼야 하지만 민주당은 당의 입장을 분명히 정리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사면 건의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사면을 건의한다는 대표의 뜻에는 변화가 없다”며 “당내 반발이나 당원, 국민 여론을 감안해 속도 조절은 할 것”이라고 했다.
여권 내에서도 사면 논의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민주당 설훈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우리 당원들이 굉장히 격앙돼 있는데 꼭 그렇게 볼 것이 아니다”라며 “좀 쿨다운해서 냉정하게 상황을 봐야 한다. 여당은 국난극복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는데 그렇다면 이낙연식 접근도 생각해볼 발상의 전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손학규 전 민생당 대표도 페이스북에 “사면은 국민통합의 첫걸음”이라며 “사면은 법률적 면죄부나 용서가 아니라 정치적 타협이다. 국민 통합을 위한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라고 사면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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