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군의 한국 선박 나포 의도 촉각
이란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망 1주기… 美-이란 군사적 긴장관계 고조
한국, 對이란 경제제재에 참여… 원유대금 최대 90억달러 동결
최종건 차관 이란 방문 앞두고 나포
외신 “이란, 자산 찾아 백신 살 계획”
한국인 선원 5명 등 20명의 선원이 타고 있던 화학물질 운반선인 한국케미호가 이란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돼 이란 남부 항구인 반다르아바스 항구에 억류되면서 한국이 대형 국제분쟁에 휘말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란이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1주기를 맞아 미국에 대대적인 보복을 예고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대(對)이란 경제제재에 동참한 한국의 선박을 나포했기 때문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의 이란 방문을 앞두고 이란이 한국에 동결된 최대 90억 달러(약 9조7000억 원)로 추정되는 원유 수출대금을 돌려받기 위해 한국 선박을 나포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3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타임스에 따르면 에스하그 자항기리 이란 제1부통령과 호세인 탄하이 한-이란 상공회의소 회장이 전날 만나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등과 맞바꾸는 방안 등을 한국에 제시하기로 논의했다.
선박 나포 당시 오만 무스카트항 동남쪽 일대에서 우리 선박과 교민 보호 작전을 수행 중이던 청해부대 33진 최영함(4400t급)은 4일 오후 즉각 호르무즈해협으로 급파됐다. 승조원을 비롯해 특수전전단(UDT) 장병 등 300여 명이 승선해 있는 최영함은 5일 새벽(한국 시간) 호르무즈해협에 도착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와 주이란 대사관은 이란 측에 “선박 억류 상황 파악 및 선원 안전 확인, 선박 조기 억류 해제”를 요청했다.
나포된 선박은 2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출발해 아랍에미리트(UAE)로 가던 중이었다. 이란 매체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은 4일 성명을 내고 “한국 선박이 계속해서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해협에서 환경 기준을 위반해 유류 오염 등을 일으켜 이란 혁명수비대 군함에 의해 제지된 뒤 항구에 구금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한국케미호가 소속된 해운사 DM쉽핑 관계자는 “정상적인 항해를 했다”고 말했다. 나포 해역이 공해였고 이란 측이 주장하는 환경오염도 없었다고 했다. 이 선박이 억류된 반다르아바스 항구가 있는 호르무즈해협은 ‘중동의 화약고’로 불리는 곳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한국 선박 나포가 한국을 표적으로 한 군사행동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 2019년 호르무즈해협 ‘항행의 자유’를 위한 한국의 파병을 요청하자 이란 측은 단교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여기에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로 한국 정유·화학회사가 수입한 이란산 원유 수출대금이 동결되면서 이란 정부의 반발이 이어진 상황이다.
특히 최종건 차관은 원유 수출대금 동결 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해 조만간 이란을 방문하는 일정을 조율 중이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해 12월 한국에 동결된 자산을 찾아 백신을 살 계획을 세웠다. 이 때문에 이란 혁명수비대가 환경오염 관련 법 규정 위반을 이유로 한국 선박을 나포해 한국에 동결된 대금 지불을 압박하려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해운사 관계자는 “2019년 영국 선박이 호르무즈에서 45일간 나포된 바 있다. 항로 이탈과 밀수선 검색 외에 정치적 이유로 나포했다면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며 “그렇다면 이란 원유대금 동결이나 솔레이마니 1주기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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