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박 이란軍에 나포]美-이란 갈등 격화속 꼬이는 해법
이란, 나포선박 외교적 해결 거부
정부 “이란 국제법 위반여부 검토”… 7일 예정대로 협상대표단 파견
이란 지난달엔 “백신지원 고맙다”… 강경파 입김에 태도 돌변한 듯
정부가 이란에 나포된 우리 선박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대표단을 이란에 급파한 데 대해 이란 정부가 공개적으로 “선박 관련 논의는 안 된다”고 부정적 의사를 밝히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란이 나포된 선박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거부하는 동시에 국내에 동결된 원유 수출 대금 70억 달러(약 7조5600억 원)를 돌려달라면서 노골적인 압박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 특히 이런 배경에 대미 강경파의 득세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미국의 추가 이란 제재로 미-이란 갈등이 또 한 단계 고조되면서 해법 마련이 더 꼬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정부 “이란 주장 증거 없다” 법적 대응 예고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6일(현지 시간) 홈페이지에 발표한 성명에서 “이 이슈(나포)는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외교적 방문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이란 측의 공개적인 거부 의사에도 외교부는 7일 오전 나포 문제 해결을 위한 국장급 대표단을 이란에 파견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란 측에 일단 가겠다고 했고 그쪽에서 알겠다고 했다”면서도 “선박 논의는 약속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하티브자데 대변인은 최종건 외교부 차관의 10일 이란 방문에 대해서도 “(원유 수출 대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지 이 이슈(나포)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란 정부 대변인이 전날 “이란 국민의 어려운 사정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제재 대상이 아닌 의약품 같은 물품에 대해서도 근거 없는 구실을 들어 동결 자금에 대한 이란의 접근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환경 오염에 대한 법적 대응이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자금 동결 해제 압박에 우리 선박을 볼모로 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6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간담회에서 “선박 나포는 국내 은행에 압류된 70억 달러가 배경에 있지 않나 의심된다”고 했다.
최 차관은 간담회에 참석해 이란이 우리 선박의 해양 오염을 나포 이유로 주장한 데 대해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다”며 “육안으로 식별될 정도의 해양 오염이면 헬리콥터로 확인할 수 있는데 그런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외교부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승선과 나포 과정에서 국제법 위반이 있었는지 검토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 “백신 구입 고맙다”던 이란 돌연 선박 나포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11, 12월경 한국과 이란 간에 동결 대금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구입에 활용하는 협상이 상당히 진척된 상황이었다.
다른 소식통은 “지난해 말 코로나19 백신 공동 구매 배분을 위한 코백스 퍼실리티에 한국이 선입금을 내기로 하고 미국 재무부로부터 특별 승인을 받자 이란 측이 상당히 고마워했다”며 “돈을 지급할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고 전했다. 협상 마무리를 위해 최 차관이 지난해 말 이란을 방문하려 했다. 하지만 이란 측은 이유를 정확히 밝히지 않은 채 돌연 내부적으로 합의가 안 됐다며 협상을 중단하고 미국에 대한 불신을 제기했다는 것.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돼 일촉즉발 상태까지 치달으면서 이란 정부에 강경파가 득세한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의 제재 대상이자 한국에 동결된 대금 70억 달러를 관리하는 강경파인 금융관료 집단이 협상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얼마 안 가 선박을 나포한 세력도 ‘정부 위의 정부’라 불리는 강경파 혁명수비대였다.
이에 따라 이란과 핵협정(JCPOA)에 복귀해 재협상을 하겠다고 시사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에야 사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동결 대금 문제는 미국과 이란이 핵협정을 다시 맺으면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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