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 자제했던 태도서 단호히 맞대응 모습에 눈길
'방역신뢰 타격' 가능성에 '선제 차단 필요' 판단한 듯
'외국 비해 백신 늦다' 지적에 "남 나라가 중요한가"
'정부가 우왕좌왕' 발언에는 "누가 그랬나" 정색 대응
'文, 백신 책임 떠넘겨' 지적엔 "그렇게 해도 되는거냐"
구치소 집단감염엔 낮은 자세…"법적책임 있음 물어야"
좀처럼 심기를 드러내지 않던 정세균 국무총리가 8일 달라졌다. 야당의 ‘백신 실기론’에 정색하고 언성을 높였다. 비판을 받아도 ‘확전’을 자제했던 기존 모습과 거리가 있다.
야당이 지속하는 ‘백신 공세’가 자칫 정부가 지켜온 방역 신뢰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선제적인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총리는 이날 국회 코로나19방역·백신 긴급질의에 출석했다. 국민의힘이 우리 정부의 백신 수급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늦어졌다는 비판을 이어온 만큼, 이날 질의에서도 정부의 백신 계약 시점·물량 등 관련 지적이 쏟아졌다.
야당 첫 타자로 나선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영국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하며 ‘우리나라는 아직 접종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정 총리는 “앞서 말씀하신 나라들이 하루에 확진자가 몇 명 나오는지 혹시 통계를 알고 계시나”라며 “영국이 몇 명이고 미국은 몇 명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그렇게 일방적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에 맞는 전략을 갖고 있고 그 전략에 따라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이 ‘다른 나라들이 인구수의 5~7배 규모의 백신 계약을 확보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고 묻자 정 총리는 “그 나라에 가서 물어보셔야죠”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외국 백신업체가 백신을 공짜로 주는 게 아니지 않나. 국민 세금으로 사는 것 아닌가”라며 “정부는 언제, 어느 정도의 물량을 계약하는 것이 최선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남의 나라가 하는 것이 무슨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많은 국민들이 빚을 내서라도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정 총리는 “우리가 백신을 안 맞습니까? 백신을 맞지 않습니까”라면서 “그리고 빚은 가능하면 적게 내는 게 좋지 무작정 빚을 냅니까”라고 반박했다.
정 총리의 직설적 답변에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며 조용했던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한때 소란이 일기도 했다.
이날 정 총리는 평소라면 대응하지 않았을 야당 의원의 공세에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정부가) 우왕좌왕하면서 국민이 죽어가고 있다’고 지적하자 정 총리는 “누가 우왕좌왕했냐”고 정색을 했다. ‘국민들이 우왕좌왕한다고 말을 한다’고 하자 “어떤 국민이 그러시냐. 그런 국민 말씀을 못 들었다”고 말했다.
국민 생계의 곤란함을 언급하며 ‘월급 삭감을 하자는 게 제 마음’이라는 김 의원에게 정 총리는 “말로만 하지 마시고 실행을 하세요. 작년에 우리 정부는 실천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문 대통령이 백신 확보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겼다’고 주장하자 언성을 크게 높였다.
“한 말씀만 드리겠다”고 운을 뗀 정 총리는 “그렇게 하셔도 되는 겁니까? 질의는 좋은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뭘 떠넘깁니까”라며 “국가원수에 대해서 그렇게 하는 게 아니에요. 품위를 지키셔야죠”라고 응수했다.
백신 늑장 대응 논란과 관련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을 비롯한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에는 “특별히 책임질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백신 확보 의지가 없었다는 지적에는 “전혀 공감하기 어렵다”며 물러나지 않았다. 또 K-방역과 관련 “부족함은 있었지만 ‘실패다’라는 것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사태 등에 대해선 평소대로 자세를 낮췄다.
정 총리는 “정부관리 시설인 구치소에서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또 “앞으로 이 문제와 관련해 시시비비가 가려져야 할 것”이라며 “법적 책임이 있으면 물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 총리는 방역조치로 인해 영업제한을 받는 자영업자들의 고통에 공감한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질의에서 인천의 한 헬스장 운영자의 사연이라며 ”임대료 월 800만원 등 고정지출이 월 1200만원인데 정부 지원은 1.9% 대출지원과 전기료 등 공과금 납부기한 연장, 직접 지원금 300만원이 전부“라고 전했다.
정 총리는 ”충분히 이해가 되고 역지사지를 해보면 얼마나 힘들까 눈물이 난다“고 했다.
배 의원이 ’방역이라는 공공필요로 집합제한·금지 명령을 내린 업종에 대해서는 정당한 보상이 지급돼야 한다‘고 하자 정 총리는 ”우리가 거기에 대한 법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헌법정신이나 세상 이치를 보면 그게 온당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로서는 현재 법과 제도가 없기 때문에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 제가 알기로는 관련해서 국회에서 이런 저런 입법도 발의가 이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정 총리는 ”이분이 내고 있는 임대료가 800만원이라고 했죠. 그 임대료를 영업을 하지 못하면서 부담해야 하는 자영업자의 눈물을 어떻게 닦아줄 것인가…“라며 말을 잇지 못하다 ”정말 힘든 일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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