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라던 김여정, 정치국서 강등… 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12일 03시 00분


[북한 당대회]‘위원 격상’ 예상깨고 후보서 탈락
주석단 위치 볼때 경질은 아닌듯
김정은 돋보이도록 부각 피하고 서기실 등서 보좌 실세 맡을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동그라미 안)은 위상이 격상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오히려 당내 
의사결정 권력기구인 정치국 후보위원에서도 탈락했다. 다만 김여정은 당내 최고 지도기관인 중앙위원회 위원 서열 21번째로 호명됐다.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동그라미 안)은 위상이 격상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오히려 당내 의사결정 권력기구인 정치국 후보위원에서도 탈락했다. 다만 김여정은 당내 최고 지도기관인 중앙위원회 위원 서열 21번째로 호명됐다.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이자 최측근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8차 노동당 대회 엿새째인 10일 노동당의 정책을 결정하는 권력기구인 정치국의 후보위원에서 탈락한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당 대회 관련 보도에서 8기 당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 명단 어디에도 김여정은 포함되지 않았다. 5년 전 폐지됐던 당 비서국을 부활시켜 새로 구성된 당 부장단 명단에도 김여정의 이름은 없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11월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김여정이 당 대회에서 위상에 걸맞은 당 직책을 부여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김여정이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격상될 가능성을 주목해 왔다. 김여정은 지난해 6월 “대남사업을 대적(對敵)사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결정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주도했을 뿐 아니라 미국에 대해 “적대시정책 철회 없이 대화도 없다”고 위협하는 등 대남·대미 정책을 총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당국은 김여정이 사실상 2인자라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여정에 대한 문책성 인사 가능성도 제기됐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남북관계 파국 과정에 북한 내부의 문제도 있었다고 김여정에게 일시적으로 자숙을 요구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김여정이 10일 당 대회에서 당 지도기관인 중앙위원회 위원 139명 가운데 서열 21번째로 호명됐고 당 대회 주석단 자리에서도 김 위원장의 맨 앞줄 바로 뒤인 두 번째 줄을 유지하고 있어 문책성 인사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더 많다.

오히려 김 위원장이 당 대회를 통해 당 총비서에 올라 1인 지배체제 확립을 대내외에 과시한 상황에서 김여정의 공식 위상까지 격상되면 김여정에게 주목이 쏠릴 수 있음을 고려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정부 당국자는 “집권 10년 차를 맞은 김정은이 유일지배체제를 공고히 하는 시점에 김여정이 같이 부각되면 북한 주민들이 ‘남매 통치’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며 “김여정은 김 위원장의 비서실 격인 당 서기실 등에서 김 위원장을 막후 보좌하는 실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당 비서국 부활에 따라 새로 지명된 당 비서 7명 가운데 대남, 국제 담당 비서가 없어 김여정이 여전히 막후에서 대남 대미 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성장 윌슨센터 연구위원은 “김여정은 김 위원장의 결심에 따라 정치국 후보위원이나 위원에 선출돼 공식 위상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북한 당대회#김여정 후보위원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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