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신년사에서 주거 문제에 대해 “송구한 마음”이라고 사과하며 향후 부동산 대책에 대해 “특별히 공급 확대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정책에는 자신이 있다”고 밝혔던 문 대통령이 2017년 취임 이후 처음으로 부동산 정책에 대해 사과하면서 빠른 시일 내에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공급 확대 대책을 내놓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 이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권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부동산 민심 악화를 막아보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며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 마련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문 대통령이 1년여 만에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첫 사과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특별히 공급 확대에 역점을 두고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 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 달 설 명절 전에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서울 등 도심지 역세권 개발 등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여당이 구상하는 주택 공급 방안은 도심 용적률 인상 등을 통한 신규 주택 공급과 기존 주택 매물을 유도하는 2가지 방향으로 검토된다.
신규 주택 공급은 준주거지역 용적률을 상향하고 공공재건축에 용도지역 상향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역세권 범위를 역 반경 500m로 확대해 용적률을 상향 조정해 주택 공급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서울시내 지하철역 300여 곳 중 100곳 이상이 대상이 될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 외에도 공공재개발, 재건축 시 민간에 좀 더 많은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9일 변창흠 국토부 장관을 임명하며 “주택 소유를 위한 공급부터 서민·청년·신혼부부·중산층용 임대주택에 이르기까지 확실하게 공급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한 것에 따른 후속 조치다.
다만 일각에서는 “민간 공급 확대에 한계가 적지 않은 만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 등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기존 주택을 다주택자가 내놓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강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 주도의 공급 확대 방안으로는 집값 안정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다주택자의 퇴로를 열어 세제 혜택을 통한 민간 공급 물량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 한 여당 중진 의원은 “고가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의 세 부담을 일부 완화하는 등 투기 수요와 거리가 먼 정책에 대해서는 논의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양도세 인하를 통한 민간 공급 확대 방침에 선을 그었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양도세 경감) 관련 논의를 한 적도 전혀 없고 앞으로 논의할 계획도 전혀 없다”고 했다. 다른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사실상 현 정부 주택 정책의 근간인데, 이걸 흔들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여당의 강경한 방침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양도세를 완화하지 않고 다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매물로 내놓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은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주택을 오래 보유하다 팔면 양도세를 깎아주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다주택자에게 일시적으로 적용하는 대안을 거론하기도 한다. 현재 투기과열지구 다주택자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지 못한다. 여기에 6월 1일 적용되는 양도세 중과 시점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미루는 방안도 가능한 선택지로 꼽힌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정해진 바가 없으며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등 모든 방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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