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의 출국금지 과정에서 문서 위조 등 위법이 있었다는 논란과 관련해 현직 부장판사와 부장검사가 “미친 짓이다”, “관행 운운하는건 새빨간 거짓말이다”라며 입을 모아 비판했다.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법절차가 지켜지지 않으면 법치주의란 있을 수가 없다”며 “아무리 실체적 진실이 중요해도, 아무리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절박해도, 적법절차의 원칙을 무시하고 사법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검사가 조작된 출금서류로 출국을 막았다’는 기사를 보고 순간 머릿속에 명멸(明滅)한 단어는 ‘미친 짓’”이라며 “이것은 몇몇 검사의 일탈이 아니고, 대한민국 사법시스템에 대한 본질적 공격이다. 여기서 한발만 더 나가면 기한 지난, 대상이 바뀐, 서명이 없는 그런 영장으로 체포하고, 구속하고, 압수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쁜 놈 잡는데 그깟 서류나 영장이 뭔 대수냐, 고문이라도 못할까’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것은 그냥 야만 속에서 살겠다는 자백”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법조계에서는 대검 진상조사단에 파견됐던 이규원 검사가 가짜 내사번호를 쓰고 기관장 관인도 없이 김 전 차관을 출국금지한 사실이 밝혀지며 파문이 커졌다. 이 검사는 2019년 3월 김 전 차관이 이미 무혐의 처리된 서울중앙지검 사건번호(2013년 형제 65889)를 기재한 자신 명의의 ‘긴급 출금 요청서’로 김 전 차관 출국을 막았다. 몇 시간 뒤 행정 처리 차원에서 제출한 ‘긴급 출금 승인요청서’에는 존재하지도 않은 동부지검 내사번호(2019년 내사 1호)를 적었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전날 이 검사가 긴급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는 정당한 권한을 갖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당시 이 검사가 서울동부지검에 검사직무대리로 발령됐으므로 긴급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는 수사기관에 해당하며, 자신의 권한으로 김 전 차관을 내사하고 내사번호를 부여해 긴급출국금지를 요청한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나온 ‘검사들이 구속영장을 긴급하게 청구할 때 임시번호를 청구한 뒤 정식 번호를 부여하는 게 수사관행’이라는 주장과 일치했다.
이에 정유미 인천지검 부천지청 인권감독관(부장검사)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도대체 어떤 인간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지 궁금하다”라며 “적어도 내가 검찰에 몸담고 있던 20년간에는 그런 관행이 있지도 않았고 그런 짓을 했다가 적발되면 검사 생명이 끝장난다”라고 정면 반박했다.
이어 “언론에 나온 것이 사실이라면 명백한 불법행위인데 관행 운운하며 물 타기하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다”며 “일부 검사 같지도 않은 것들이 불법을 저질러 놓고 면피하기 위해 다른 검사들까지 끌어들이는 것도 기가 차다”고 비판했다.
정 부장검사는 2015년 당시 부산지검에서 근무하던 한 검사가 고소장을 분실한 뒤 위조한 사건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마침 그 사건이 반복고소 건이라 같은 내용의 고소장 표지를 복사해 붙이고 사건 처리를 했다가 결국 들통 나 관련 검사가 사직을 한 일이 있었다”라며 “그 검사의 잘못이 맞지만 그 건은 검사가 자기 잘못을 은폐하려고 편법을 사용한 것이었을 뿐 누구의 인권을 제약하거나 침해한 것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번 일은) 공문서를 조작해 출국금지를 시켜놓고 관행이라 우기고 있다. 마치 ‘내 불법은 관행이고 네 불법은 범죄’라는 식이다”라며 “관행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다”라고 비판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김진하 동아닷컴 기자 jhji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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