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최종 형량과 무관하게 사면 요건…文대통령 고민의 시간
文, 신년 회견서 입장 표명 가능성…靑 "국민 눈높이 맞아야"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종 형량을 확정하는 대법원 선고 공판일이 밝아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행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요건이 충족됨과 동시에 현직 대통령만이 내릴 수 있는 정치적 결단의 영역으로 넘어오면서 문 대통령의 ‘고민의 시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4일 오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의 재상고심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 국정농단 사건과 특활비 상납의혹에 관한 대법원의 최종 선고 순간 박 전 대통령은 사면 요건을 갖추게 된다.
청와대는 그동안 새해 벽두부터 정치권을 뜨겁게 달궈온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에 의식적으로 거리를 둬왔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자 고도의 정치 영역에 해당하기에 참모들이 직접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것이었다.
청와대의 신중한 태도는 파급력을 감안할 때 잘못된 시그널로 직면할 수 있는 정치적 역풍을 최대한 차단하겠다는 판단으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이 신년 인사회에서 새로 언급한 ‘통합’이라는 화두가 사면론으로 해석되자 곧바로 ‘포용’이라는 단어로 바꿔 표현한 것도 확대 해석의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다만 여의도를 중심으로 사면론에 대한 여진이 가시지 않고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이 적절한 타이밍에 두 전직 대통령 사면 여부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히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이달 중순께로 예상되는 신년 기자회견 자리를 빌려 사면론에 관한 문 대통령의 생각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깔려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5월 취임 2주년 KBS 특집 대담에서 “아직 재판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상황 속에서 사면을 말하기는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두 분의 전임 대통령들이 처해 있는 상황이 정말 가슴이 아프다. 내 전임자이기 때문에 내가 가장 가슴도 아프고 부담도 크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로 모든 것을 미뤄왔던 청와대에서도 일부 변화된 기류가 감지된다. 사면 여부에 명확한 입장까지는 아니더라도 두 전직 대통령을 둘러싼 사법적 결론이 완전히 내려진 것에 대한 원론적 차원에서의 반응을 보이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뒤에야 어떤 형태로든 청와대의 입장이 있을 수 있다”며 “별도로 입장을 낼지 여부를 포함해 모든 것은 확정 판결이 나와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사면 여부와는 별개로 청와대 차원의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 뉴스쇼’ 인터뷰에서 “(사면이라는 대통령의) 그 고유권한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이고 그것을 책임지는 행정 수반이기 때문에 국민이라는 두 글자를 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며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 눈높이에서 해야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 수석의 이러한 발언은 부정적 여론이 높은 만큼, 특별한 상황 변화가 생기지 않을 경우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은 어렵다는 의미의 일정 기준선을 제시한 것으로 우선 해석된다. 대법원 선고 하루 전에 나온 청와대의 공개 발언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내부 조율을 거쳐 나온 정교한 입장일 수 있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에게 쏠린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차원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8일 YTN ‘더뉴스’ 의뢰로 전직 대통령 사면의 국민통합 기여도에 관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56.1%가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평가를 보였고, 긍정 평가는 38.8%(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응답률 7.4%)에 그쳤다.
위에서 언급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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