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주택공급을 확대하면서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부동산 시장 안정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부동산 정책은 투기 억제책에 무게를 뒀지만, 집값 안정은 이루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文 “시장 유동성·가구 수 증가, 집값 부추겨…특별 대책 마련”
문 대통령은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2021년 신년기자회견’에서 “정부는 기존 투기를 억제하는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부동산 공급에 있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려 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부동산 투기에 역점을 두었지만 결국 부동산 안정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집값 상승 요인으로 풍부한 시장 유동성과 예상하지 못한 가구 수 증가를 지목했다. 그는 “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해 부동산으로 자금이 몰리는 상황에 더해서 작년 한 해 우리 국민의 인구는 줄었지만, 가구 수는 61만 가구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구 수가 급증하면서 우리가 예측했던 공급 물량에 대한 수요는 더 초과하게 됐고, 공급 부족이 부동산 가격이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공급 확대를 위해 ‘특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2월 설 연휴 전에 서울 도심의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대책을 발표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수도권 특히 서울 시내에서 공공부분의 참여와 주도를 더욱 늘리고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절차를 크게 단축하는 방식으로 공공 재개발, 역세권 개발, 또 신규택지의 과감한 개발 등을 통해서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을 뛰어넘는 공급을 늘리겠다”며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일거에 해소하자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힘을 줬다.
◇“정책 유연성 떨어져…2월 대책, 시장 안정화 효과 ‘미지수’”
전문가들은 이같은 투트랙 기조는 정부 출범 이후 유지해온 만큼, 시장 안정에 큰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부는 앞서 3기 신도시뿐만 아니라 ‘8·4대책’ 등을 통해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투지지역·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 지정, 대출 규제 등 투기 수요 대책을 이어오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시장 유동성과 가구 수 증가가 집값 상승 원인이라는 평가가 유지됐고, 규제 유지 속에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투트랙 역시 그대로다”며 “정부가 기존의 규제 기조를 이어가면서 책임은 회피하려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 전에 특단의 공급대책을 마련하겠다지만 대부분 이미 언급된 대책들인 만큼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부연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시장 유동성과 가구 수 증가 추이를 분석하고 거기에 맞는 공급계획을 미리 마련했어야 하는데, 정부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민간 공급은 규제로 막힌 상황에서 개발이익에 대한 환수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장 예상을 넘는 물량을 공급한다고 했지만, 역세권 개발 등은 공급 규모가 크지 않다”며 “공공재개발도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수익성에 대한 주민 이견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공급이 이뤄지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유동성과 가구 수 증가로 집값이 상승한 부분은 있지만, 그런 문제를 인지했다면 기존 정책에 변화를 줬어야 했다”며 “부동산 정책의 유연성이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주택공급 물량 확대에만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양질의 주택공급은 후순위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또 신규 주택 공급뿐만 아니라 기존 주택을 시장의 매물로 유도할 수 있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송 대표는 “공급 물량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주택의 질에 대해선 의구심이 있다”며 “용적률 완화 등 인센티브를 통해 주택을 많이 지으려 하다 보면 난개발 우려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규 주택 공급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기존 주택 물량을 시장에 출하하는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며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는 높이되, 양도세는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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