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시장 예상 수준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주택 (공급) 물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공공 주도의 재개발과 재건축에 인센티브를 늘리고 신규 택지를 확보해 공급을 늘리는 대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민간 재건축 규제를 그대로 둔 채 시장을 놀라게 할 만한 물량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 “예상 뛰어넘는 공급”…신규택지에 관심
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공 참여를 늘리고, 인센티브도 강화하고 절차를 크게 단축하는 방식으로 공공 재개발, 역세권 개발, 신규택지의 과감한 개발 등을 통해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일거에 해소하겠다”고 했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부 합동 부동산정책 브리핑에서도 같은 취지의 도심 공급대책이 논의됐다. 종전 대책에 없던 새로운 공급대책은 200채 미만인 소규모 재건축에도 공공이 참여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재 약 5800채인 기존 주택을 2025년까지 1만 채 규모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아울러 서울시는 이날 지난해 5·6공급대책에서 역세권 범위를 기존 역 반경 250m에서 350m로 넓히는 방안을 본격 추진하면 2025년까지 서울 도심에서 2만 2000채 추가 공급이 가능하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공공재건축의 경우 민간 호응이 크지 않고, 공공재개발은 실제 분양까지 빨라야 4~5년이 걸린다는 한계가 있다. 3기 신도시를 포함한 신규 공공택지 공급 역시 올해 사전청약을 실시하더라도 본격적으로 입주하기까지는 최소 5년 이상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언급한 ‘신규택지의 과감한 개발’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물량을 늘릴 수 있는 핵심 키워드로 보고 있다.
● 저금리와 세대 수 증가에 책임 전가
공급대책이 수요자들의 눈높이를 못 맞추는 것은 집값 급등의 원인에 대한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날 문 대통령은 “그동안 투기를 잘 차단하면 충분한 공급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 사실이었고, 투기 방지에 역점을 뒀으나 결국 부동산시장 안정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한 이유로 급격한 세대 수 증가와 시중 유동성 증가를 꼽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세대 수가 61만 가구 가량 늘어났다며 “세대 수가 급증하면서 우리가 예측했던 공급의 물량에 대한 수요가 더 초과하게 되고, 결국 공급부족이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세대 수는 2018, 2019년에도 41만~44만 가구씩 늘었고 시중 유동성도 수년째 이어진 저금리 기조로 지속적인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집값이 급등한 것은 임대차2법의 급격한 도입, 규제지역 확대 등으로 인한 풍선효과 등 규제의 부작용이 주된 원인이었는데도 이 점을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민간 중심의 공급대책 필요하다”
이날 문 대통령과 실무 부처는 대출, 세제 규제 등 기존 수요 억제책은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양도세 중과 완화나 중과 유예는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대출 규제도 풀지 않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민간 공급을 계속 억제하면서 공공 주도 공급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 방향에 의문을 제기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임대물량도 늘리면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기존 규제까지 그대로 유지하면 민간의 참여를 늘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공급대책의 주안점을 민간에 두고 지금과 다른 방향의 인센티브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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