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훈련 北과 협의’ 파장]
北남성 두달 전 GOP 뚫고 남하때
당시 “날씨 탓” 내부 “군사합의 의식”
비행금지구역서 작전용 드론 운용된 적 없어
북한 남성 A 씨가 지난해 11월 최전방 경계부대(GOP)를 뚫고 한국으로 넘어올 당시 군이 정찰용 드론(무인기) 운용을 준비하고도 띄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군은 “날씨로 인해 드론을 운용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으나 내부에선 “이 지역이 9·19남북군사합의에 규정된 비행금지구역에 속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왔다. 실제 2018년 군사합의 이후 비행금지구역에서 작전용 드론은 운용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과 군 소식통 등에 따르면 당시 A 씨의 남하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해당 부대는 군단장 건의에 따라 여러 대의 드론 운용을 준비했다. A 씨는 군사분계선(MDL)에서 처음 행적이 포착된 뒤 신병이 확보될 때까지 약 35시간 동안 비무장지대(DMZ) 일대를 활보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윤 의원에게 “해당지역의 기상이 풍속 초당 5m 이상으로 드론 운용이 어려웠다”고 했다.
하지만 군 내부에선 당국의 드론 미운용은 군사합의의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군사합의 1조 3항은 동부전선 15km 내 지역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하고 산불진화, 조난구조, 환자후송, 기상관측, 영농지원 등에 한해 북한에 사전 통보한 뒤 드론을 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작전목적 드론을 날리는 것 자체가 합의위반인 것이다. 군 소식통은 “우발적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정찰 드론을 띄운다고 해도 북한에 통보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합의 위반으로 사실상 사문화된 군사합의로 인해 최전방 대대급 부대까지 배치된 드론이 유사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전용 드론 운용이 제한되다보니 비행금지구역 밖에 위치한 비행장에 대대~사단급 드론들이 한데 모여 있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소식통들은 “작전 수행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지휘관들도 적지 않다”고도 했다. 지난해 8월 심마니로 밝혀진 한 남성이 민간인통제선(민통선)을 넘었을 때도 군은 드론을 띄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은 “군사합의 당시 우려했던 안보 공백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며 “논란이 있을 때마다 북한 눈치를 보며 합의문을 해석하지 말고 군사합의 파기까지도 검토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알려왔습니다
본보는 1월 20일 “北눈치보다 귀순자 수색때 준비한 드론 못띄운 軍” 제목의 보도를 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드론을 운용하지 않은 이유는 당시 기상 상황에 따른 것으로 북한 반응과는 무관하며, 2018년 군사 합의 이후에도 드론을 비행금지구역에서 운용한 바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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