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정애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개최된 가운데 여야는 가습기 살균제, 탄소 중립 등 기후 위기 대응책 등을 집중 질의하며 검증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가덕도 신공항 관련 입장 등을 질의하며 날선 모습을 보였지만 한 후보자의 인품과 도덕성 등에 대해서는 호평하며 덕담을 건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개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전 대표가 유해 물질로 만든 가습기 살균제를 유통·판매한 혐의를 받아 진행된 1심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것과 기후 변화에 따른 위기 대응책 등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 12일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아울러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이마트 및 제조업체의 전직 임·직원 등 총 11명에게도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유죄가 확정된 옥시 등의 가습기살균제 원료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과 이 사건에서 사용된 클로로메틸아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소티아졸리논(MIT)은 구조와 성분이 다른 것으로 보고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
이에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가습기 살균제 재판이 무죄 판결이 난 것은 해당 회사들이 사용한 화학물질과 피해 사실 간의 인과성이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데 이와 관련해 환경부가 애초에 인가를 내준 것이 문제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며 “환경부가 결자해지 측면에서 추가 연구를 통해 자료와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 추가 조사하겠나”라고 물었다.
안호영 의원도 “판결에 납득하기 어려운 점은 지난번 환경부가 피해자 등급 판정을 했을 때는 전문가들이 SK케미칼 피해자 등급 판정을 통해 확인했음에도 SK쪽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했는데 이번 판결도 거의 유사한 내용이 아닌가 싶다”며 “사실상 환경부의 등급 판정을 인정하지 않은 게 됐다.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질문했다.
임종성 의원도 “재판부의 판결을 비판하기 전에 국회와 정부가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며 “지난 2011년 가습기 살균제가 인식됐을 때 국회와 정부가 CMIT와 MIT에 목소리를 기울였다면 혹은 2017년 환경부가 가습기 살균제 동물실험에 착수했을 때 유연실험을 통해 인과관계를 입증했다면 이번 1심 판결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수진 의원도 “판결이 국민 상식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며 “화학 물질 전문가인 이덕환 서강대 교수가 동물실험의 한계성에 대해서 유의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고 추가 실험을 촉구했다.
이에 한 장관 후보자는 “환경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는 다하도록 하겠다”며 “추가적인 실험이 필요하다면 실험을 하고 학계 의견까지 감안해서 항소심에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기후위기 대응 및 온실가스 감축 등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상향 조정을 올해 안에 해야 할 것 같다”며 “배출권 거래제가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3기 할당 계획에 대해서도 기획재정부와 산업부를 리드해서 강화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미향 의원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파리기후협약 등 환경과 기후 위기에 대한 강력한 정책을 펼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변화하는 환경 정책에 대비가 돼있느냐”라고 질문했다.
이에 한 후보자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경우 국가 목표 설정을 2030년에 다시 한다”며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이고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다. 이해당사자의 소통도 필요하지만 빨리 목표가 정리돼야 배출권 거래제나 유상 활동 등 다음 숙제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가 마련하려고 하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시나리오 역시 바이든 행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환경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여러 면에서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게 불거진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부장판사 김선희·임정엽·권성수)는 27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의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김 전 장관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 등이 공공기관 임원들의 일괄 사표 제출을 계획한 것은 후임자 채용비리란 부당한 목적 달성을 위한 것”이라며 “이는 공공기관 운영법상 임기제를 정한 취지를 정면으로 몰각시키는 위법행위로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했던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법의 심판을 받는데 전임 장관에 대한 한 후보자의 입장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도 “청와대와 환경부 장관이 추천하는 사람들 자리를 만들기 위해 잔여임기나 실적 등과 상관없이 일괄 사표를 내라고 하는 게 결과적 정의에 부합하나” “이런 사람을 사퇴시키고 환경부 기획조정실장이나 운영지원과장 등한테 사퇴를 받아오라고 시키는 게 정의에 부합하냐”라며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한 후보자는 “우리 당에서 추천한 국무위원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상황에까지 이르고 법적인 절차에 들어가게 된 것은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임명이 된다면 상식에 부합하게 일을 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후보자가 ‘환경영향평가 간소화’를 포함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대표발의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가덕도 신공항건설촉진법을 통해 특정지역을 찍고 예비타당성조사나 환경영향평가 등을 생략하거나 축소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은 다가오는 부산 시장선거를 위한 정략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 후보자는 “가덕도 신공항은 김해공항에서의 국제 부분을 이전하는 것인데 부산신항을 가보시면 굉장히 많은 물류들이 항만을 통해서 들어오고 있다. 들어오는 물류가 김해공항에서 처리되지 않아서 연간 7000억원 이상의 물류 비용을 감당하면서 인천공항으로 오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인청공항에서) 화물차들이 뿜는 온실가스라든지 미세먼지 역시 국가적인 부담이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한 후보를 향한 질의에 앞서 한목소리로 칭찬과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한 후보자는 지난 19~20대 국회에서 환노위 위원으로 활동해왔고 노동계 출신 국민의힘 의원들과도 두루 인맥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환노위 야당 측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같은 노동계에서 일했던 사람으로서 저 또한 영광스럽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인사를 단행한 것 중에서 제일 잘 된 인사가 아닌가 싶다. 여야가 이렇게 환영하는 인사도 근래에 드물었던 것 같다”고 말했고 박대수 의원도 “한 때 저와 같이 노동계에서 몸담았던 동기로서 대단히 자랑스럽다”고 했다.
무소속 박덕흠 의원 역시 “훌륭하신 분”이라며 “환경 분야의 수장이 되면 잘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덕담 속에 다른 장관 후보자를 겨냥한 뼈 있는 발언도 눈에 띄었다.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은 “훌륭하게 잘 살아오셨다고 생각이 든다. 문재인 정부에서 한정애 후보자 같은 분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다고 하면 흠집내기나 도덕성 얘기는 안 나올 것 같다”면서도 “박범계 후보자는 어떻나. 누가 국민들이 인정하겠나. 박범계 의원이 의문의 1패를 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석준 의원도 “까도 까도 썩은 양파가 나오는 다른 후보자 내지는 장관과 달리 한 후보자는 정말 도덕적으로도 훌륭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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