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 및 외교·통일·국방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미국 조 바이든 신정부와 함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해 계속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정책 재검토 방침을 밝혔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작됐던 북-미 대화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백악관을 설득하겠다는 의미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내년 3월 차기 대선이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이 어떻게든 올해 안에 비핵화 대화의 구체적인 성과물이 나와야 한다는 절박감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올해를 “우리 정부에 주어진 마지막 1년”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최대한 빨리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과 대화·협력의 길로 되돌아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한반도 운명의 주인으로서 보다 주도적인 자세로 각 부처가 협력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백악관의 주인이 바뀌었지만 우리 정부가 중심이 돼 북-미를 동시에 설득해 다시 한번 대화 무대를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체제에서의 한미 동맹에 대해서도 “굳건한 한미 동맹과 함께 주변국과의 협력 관계를 더 발전시켜 지금의 전환기를 우리의 시간으로 만들어 가야 할 때”라며 “정부는 한미 동맹을 더 포괄적이며 호혜적인 책임 동맹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외교부도 이날 발표한 2021년 주요 업무 추진 계획에서 ‘북-미 대화 조기 재개’를 최우선 핵심 과제로 꼽았다. 외교부는 “북-미 대화를 조기에 재개해 실질적 비핵화 과정으로 돌입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이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도 올해 북핵 문제에 전력투구 하겠다는 포석이다. 정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줄곧 남북, 북-미 대화의 핵심 역할을 해 왔다. 정부 관계자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정 실장이 ‘북한도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설득한 것과 같은 역할을 다시 한번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삼아 한일 관계 개선은 물론 북핵 협상의 ‘시즌2’를 만들어보겠다는 구상이다.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이날 첫 출근을 한 정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 온 외교 정책이 잘 마무리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서도 “최대 교역국이자 한반도 평화 증진의 주요 파트너”라며 “내년 수교 30주년을 맞아 한층 발전된 관계로 나아가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불발됐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도 올해 다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또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일본과는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함께 지혜를 모으며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특히 올해 도쿄 올림픽을 코로나로부터 안전한 대회로 성공적으로 치르도록 협력하며 한일 관계 개선과 동북아 평화 진전의 기회로 삼아야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위안부 판결, 일본 수출규제 등으로 악화된 한일 관계를 임기 내에 어떻게든 복원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외교부도 업무보고에서 한일 관계의 역사와 현안을 분리하는 ‘투 트랙’ 기조하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관계 개선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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