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25일 성추행 의혹으로 당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지난해 10월 ‘포스트 심상정’으로 당 대표에 취임한 지 3개월여만이다.
성범죄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온 진보정당에서 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정의당이 정치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됐다.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당원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부끄럽고 참담한 소식을 알리게 됐다”며 “지난 1월 15일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당 소속 국회의원 장혜영 의원”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은 다툼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성추행 사건으로, 다른 누구도 아닌 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라는 심각성에 비춰 무겁고 엄중한 논의가 진행됐고 신속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정의당에 따르면, 성추행 사건은 지난 15일 저녁 여의도에서 김 대표가 당무상 면담을 위해 초선인 장 의원과 가진 식사 자리에서 발생했다.
면담 종료 후 나오는 길에 김 대표가 장 의원을 성추행했고 이에 피해자인 장 의원이 지난 17일 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 부대표에게 사건을 알렸고, 이후 당 차원에서 조사를 진행했다.
김 대표는 피해자인 장 의원에게 사건 발생 이후 사과하며 본인이 책임지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면담을 겸한 식사 도중 음주가 있었는지에 대해선 정의당이 따로 밝히지 않았다. 추가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인 김 대표가 모든 사실을 인정하면서, 추가 조사는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정의당의 결론이다. 정의당은 이날 오전 대표단 회의에서 김 대표에 대한 당 징계절차인 중앙당기위원회 제소를 결정하고, 당규에 따라 직위해제했다.
정의당 당규 제7호 제21조의 선출직 당직자 징계절차 특례 조항에는 대표단회의의 권한으로 ‘징계사유가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징계사유의 중대성으로 인하여 긴급히 직무를 정지시켜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징계 의결 시까지 잠정적으로 당직의 직위를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법적 조치는 없을 예정이다. 탈당이나 제명 등 당 차원의 징계 처분만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당사자 역시 징계 처분에 대해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당에 밝혔다고 한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피해자가 원치 않기 때문에 (김 대표에 대한) 형사 고소는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 수석대변인은 “김종철 대표가 사건 발생 후 사퇴 의사를 먼저 밝혔고 당은 사안이 엄중하다고 해 (사퇴 의사와 무관하게) 징계절차로 (결정하게 됐다). 당기위에서 처분하는 결정을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있는 그대로 (사건을) 드러냈고, 국민 여러분께 비판받겠다”며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성인지 감수성 전반을 제고하는 부분으로 삼겠다. 성찰하겠다”고 했다.
피해자인 장혜영 의원의 실명을 공개한 것을 두고는 “장 의원이 실명을 밝히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배 부대표는 “정의당은 원칙적이고 단호하게 이 사안을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피해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고 일상의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해자는 무관용의 원칙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엄중한 처리 지침을 갖고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성평등 실현을 위해 앞장서 왔던 정당의 대표에 의해 자행된 성추행 사건으로, 치명적인 상처가 생겼다.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 당대표 경선 결선투표에서 현역 의원인 배진교 의원을 제치고 역대 최연소(1970년생) 당대표에 선출됐다.
김 대표는 고(故) 노회찬 원내대표의 마지막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진보 외길을 걸어온 진보정당 대표 정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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