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 진보” 대표가 성추행…박원순 성토 정의당 최악 위기

  • 뉴시스
  • 입력 2021년 1월 25일 1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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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장혜영 성추행으로 대표직 직위해제
'포스트 심상정' 진보정치 세대 교체의 상징
선명 진보노선 표방하며 '민주당 2중대' 비판
여론조사 지지율 5% 안팎 저조한 당세 상황
박원순 의혹 앞장서 지적…충격 속 존립 위기

김종철 정의당 전 대표가 25일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 해 당대표직에서 직위해제됐다.

지난해 10월 이른바 ‘포스트 심상정’을 표방하며 진보정치 세대교체의 상징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109일 만의 추락이다. 더욱이 더불어민주당의 성비위를 강력 질타하며 선명한 진보노선을 표방해온 김 전 대표가 성추행으로 불미스럽게 퇴장하면서 정의당은 존립의 위기에까지 내몰리게 됐다.

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 부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긴급 대표단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오늘 당원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부끄럽고 참담한 소식을 알려드리게 됐다”며 “지난 1월 15일 발생한 정의당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건으로, 피해자는 당 소속 국회의원인 장혜영 의원”이라고 전했다.

정의당과 김 전 대표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5일 여의도에서 김 전 대표가 장 의원과 당무상 면담을 위해 가진 저녁 식사자리 직후 발생했다. 식사 뒤 차량을 기다리는 도중 김 전 대표가 장 의원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한 것이다.

이후 장 의원이 18일 배 부대표에게 사건을 알렸고, 젠더인권본부 차원에서 양측을 면담하고 조사가 진행됐다. 김 전 대표는 장 의원의 문제 제기 후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 부대표는 “이 사건은 다툼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성추행 사건”이라며 “가해자인 김종철 대표 또한 모든 사실을 인정했다.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추가 조사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정의당은 대표단 회의에서 배 부대표로부터 보고를 받은 후 김 전 대표를 직위해제하고 중앙당기위원회 징계 절차에 회부했다. 당대표 직무대행은 김윤기 부대표가 맡는다.

이날 발표에서 피해자인 장 의원의 실명 공개는 본인 동의 하에 이뤄졌다. 장 의원 의사에 따라 김 전 대표 성추행에 대한 형사 고발 조치도 하지 않기로 했다. 배 부대표는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하지 않는다”며 “당 차원의 공동체적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피해자 의사 존중 및 일상 회복 우선 ▲가해자 무관용 원칙 엄중 처리 ▲2차 피해 방지 및 엄중 징계 방침을 밝히며 “성평등 실현을 위해 앞장서 왔던 정당의 대표에 의해 자행된 성추행 사건이다. 진심으로 깊이 사과 드린다.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전 대표는 서면 입장문을 통해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위였고 피해자는 큰 상처를 받았다. 피해자께 다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전했다.

그는 “피해자는 평소 저에 대한 정치적 신뢰를 계속해서 보여주셨는데 저는 그 신뢰를 배반하고 신뢰를 배신으로 갚았다. 거듭 죄송하다”며 “제가 지금 어떠한 책임을 진다 해도 제 가해행위는 씻기가 힘들다. 향후 제 행위를 성찰하고, 저열했던 저의 성인식을 바꿔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사죄했다.

장 의원은 입장문에서 “함께 젠더폭력근절을 외쳐왔던 정치적 동지이자 마음 깊이 신뢰하던 우리 당의 대표로부터 저의 평등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훼손당하는 충격과 고통은 실로 컸다”고 밝혔다.

이어 “그럴듯한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남성들조차 왜 번번이 눈앞의 여성을 자신과 동등하게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것에 이토록 처참히 실패하는가. 성폭력을 저지르는 남성들은 대체 어떻게 해야 여성들이 자신과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마땅한 존재라는 점을 학습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이 질문을 직시해야 한다”며 “반드시 답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 21대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물러난 심상정 대표 후임으로 선출됐다. 민중민주(PD) 계열로,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 비서로 정계에 입문해 고(故) 노회찬 의원의 원내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김 전 대표는 ‘선명 진보노선’을 표방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촉발된 ‘민주당 2중대’ 정체성 논란으로 내홍을 겪던 정의당을 수습했다. 오는 4월 재·보궐선거가 박원순·오거돈 전임 단체장의 성비위로 촉발된 선거임을 지적하며 이들의 소속 정당인 민주당의 무(無)공천 당헌 개정을 맹공하기도 했다.

당내 좌파·진보 그룹과 노동계의 지원 속에 진보정치 2세대 선두에 섰던 김 전 대표가 성추행으로 퇴장한 것은 당 안팎에 심대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5%를 오가는 저조한 지지율을 기록하던 정의당은 이번 사태로 창당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이한 형국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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