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북 인권단체 억압… 민주주의 훼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26일 03시 00분


바이든 인수위 참여 정 박 브루킹스硏 석좌의 ‘한국 분석 보고서’
“대북포용 추진 위해 인권 침해… 北서 의도한 효과 못끌어내
한국, 정권 바뀌면 외교정책 요동
신뢰도-일관성에 대한 우려 키워”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정 박(박정현·47·사진) 한국석좌가 “대북 포용정책 추진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인권을 외치는 탈북단체와 시민단체를 억압해 왔다”고 비판했다. 또 이런 정책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북한 정권의 잘못된 인식을 강화시킬 뿐 아니라 한국의 민주주의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석좌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활동하고 정권 인수위원회에도 이름을 올린 인사로, 앞으로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한과 한국 관련 업무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그의 분석은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부정적인 인식을 보여주는 동시에 향후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박 석좌는 22일 브루킹스연구소가 발간한 ‘아시아의 민주주의’ 보고서 중 한국을 분석한 ‘한국 민주주의에 길게 드리운 북한 그림자’라는 제목의 글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을 향한 자신의 관여정책을 위해 북한을 비판하는 발언과 활동을 위축시키는 데 권력을 사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는 김정은 정권과의 관계를 개선하지도 못하면서 불평등과 부패 같은 국내의 정책적 목표를 훼손시켰다”고 비판했다.

박 석좌는 보고서에서 “문 대통령은 보수 진영 등 반대파를 억압하고 보복의 패턴을 지속하는 것, 이를 통해 한국 정치의 양극화를 심화시킨 것에 대해 비판받아 왔다”며 “그중에서도 특히 국제사회의 특별한 관심을 끈 것은 대북 관여정책에 반대하는 탈북단체와 다른 이들을 탄압한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정부가 2018년 북한 인권단체의 예산을 93% 삭감한 것, 탈북자 출신 기자의 북한 취재를 막은 것,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만들어 시행한 것 등을 구체적인 사례로 들었다. 이를 “인권단체 및 탈북자와 관련된 편협한 (정책) 시행”이라고 평가했고, 대북전단금지법이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로부터도 비판받아온 점을 상기시켰다.

박 석좌는 “문 대통령의 접근은 평양으로부터 의도했던 효과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민사회의 목소리, 특히 인권 이슈와 관련한 목소리를 침묵시키려는 그의 시도는 김정은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대신 자신의 요구에 응하도록 서울을 강제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민주주의의 힘과 복원력을 보여주는 것보다 북한에 민주주의를 보여줄 좋은 방법이 어디 있느냐”며 “문 대통령은 비판 의견을 경청하고, 인권 및 탈북자 단체에 대한 접근도 전환하며, 지속 가능한 정책과 원칙의 토대를 구축함으로써 한국 민주주의 강화라는 보다 장기적인 목표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제언했다. 또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당시 한국 기업인들이 함께 간 것을 언급하면서 “문 대통령은 김정은 정권을 ‘경제적 당근’으로 유인하기 위해 한국의 대기업들을 그의 대북정책에 끌어들였다”고도 했다.

이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접근 방식뿐 아니라 청와대에 과하게 집중된 권력 문제를 비롯해 한국 민주주의의 전반적인 시스템 문제를 함께 다루고 있다. 박 석좌는 톱다운 방식의 한국 외교정책이 정권 교체 시 일관성이 없다는 문제를 지적하며 “정권별로 정책이 요동치는 현상이 정책 신뢰도와 일관성에 대한 워싱턴의 우려를 낳고 있다”고 전했다.

박 석좌는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정보국(DNI)에서 2009∼2017년 북한 담당 선임 분석관으로 일한 북한 전문가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국무부나 DNI에서 정책 업무를 맡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브루킹스연구소#정박#북한#탈북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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