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건전성 강조하다 궁지 몰리자
기재부 확대간부회의 열어 당부
손실보상제 직접 언급은 안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 손실보상제 관련 논란 이후 처음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풍파를 헤치고 돌파력과 실행력을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치권과 갈등을 빚은 손실보상제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홍 부총리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올해 기재부가 풍파를 헤치고 선도에 서서 위기극복과 포용, 경제 회복과 반등을 꼭 이뤄낸다는 자신감과 자긍심을 갖고, 이에 상응한 돌파력, 실행력을 발휘해 달라”고 말했다. 부총리가 풍파를 거론하며 자신감과 자긍심을 언급한 것은 최근 정치권이 자영업자 손실보상제 등을 밀어붙이면서 재정 건전성을 강조한 기재부가 궁지에 몰린 현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홍 부총리는 이날 “2월 초·중순까지 고용 충격이 집중된 청년계층에 대해 고용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공매도 금지와 중소기업 대출 만기 연장 등 3월에 종료되는 위기 대응 조치와 관련해서는 “방역 상황, 경기 흐름,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응 방향을 미리미리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논란이 된 자영업자 손실보상 관련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 ‘늦어도 4월 초 지급’ 방안 등을 거론하며 자영업자 지원을 서두르는 것과 달리 기재부 내부에선 “지원을 현실화하기 위해선 재정 여력 등 따져봐야 할 부분이 많다”며 여전히 신중한 분위기다. 홍 부총리는 전날 몸살을 이유로 손실보상제를 논의한 비공개 당정청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아 기재부를 압박하는 정치권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날은 오전에 정부서울청사와 정부세종청사를 오가며 정해진 일정을 소화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중소벤처기업부에 손실보상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이 막대한 재정이 들어가는 사업을 실무 부처에 직접 지시한 것이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중기부도 관련 정책 부처이고 소상공인 관련법도 소관하고 있으니 중기부에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경제 수장의 의견이 번번이 묵살되는 상황에 대한 기재부 내부의 무력감도 커지고 있다. 정치권의 잦은 기재부 때리기에 기재부 공무원들의 피로감도 누적되고 있다. 기재부의 다른 관계자는 “상당수 직원이 부처와 정치권의 대립에 번아웃(소진)돼 있다. 이젠 누구 말이 맞는지 혼란스러워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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