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출신-종로 출마 당선-총리’ 정치행로 겹치는 두사람
코로나 피해 지원 놓고 신경전… 정치성향-지지기반 공통점 많아
“서로 보완재 될 수 없는 관계… 언젠가 부닥칠 운명 시점 빨라져”
丁, 코로나 방역 성공이 관건… 李, 4월 보선 성적표가 시험대
“언젠가는 격돌할 운명이었다. 다만 그 시점이 앞당겨졌을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25일 정세균 국무총리와 민주당 이낙연 대표 간의 신경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총리 자리는 물론이고 지역구(서울 종로)까지 이어받은 두 사람이지만 미래 권력을 두고 맞붙을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설명이다.
정 총리와 이 대표는 표면적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한 지원 방안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 대표가 먼저 이익공유제를 들고 나왔고, 정 총리도 손실보상제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두 제도 모두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익공유제는 대기업들의 참여를, 손실보상제는 국가 재정을 수단으로 삼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두 사람의 태도도 사뭇 다르다. 정 총리는 손실보상제에 미온적인 기재부를 향해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질타했지만, 이 대표는 “‘곳간지기’를 구박한다고 뭐가 되는 게 아니다”라며 홍 부총리를 두둔하고 나섰다.
홍 부총리는 이 대표가 총리로 일할 때 국무조정실장을 맡았고, 이후 이 대표의 강한 추천으로 문 대통령은 2018년 12월 홍 부총리를 경제 수장에 임명했다. 여권 관계자는 “가뜩이나 ‘홍남기는 이낙연 사람’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기재부가 손실보상제에 머뭇거리는 모습이 정 총리에게는 마뜩잖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했다.
또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는 이면에는 유사한 정치적 배경이 자리 잡고 있다. 전북 진안 출신의 정 총리와 전남 영광이 고향인 이 대표는 나란히 호남을 정치적 근거지로 삼고 있다. 정 총리는 19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로 지역구를 옮기긴 했지만 15대 총선 때부터 전북 무주-진안-장수에서 내리 4선을 했고, 이 대표 역시 전남 영광에서 네 차례 당선된 뒤 전남도지사를 지냈다. 정 총리가 4·15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서울 종로에 이 대표가 출마해 당선됐다. 여기에 두 사람은 매주 일요일 오후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얼굴을 맞대는 사이다.
두 사람의 정치적 성향도 흡사하다는 평가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전당대회 전후로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의 지원을 받긴 했지만, 애초부터 두 사람 모두 결집력보다는 확장력이 주 무기로 꼽혀온 인물들”이라고 했다. 민주당 열성 지지자 등이 열광하는 이른바 ‘사이다 발언’보다는 중도·보수 진영 지지층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언행을 주로 선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호남 출신의 한 여당 의원은 “여러모로 비슷한 배경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의 보완재가 될 수 없는 필연적 경쟁 관계”라며 “여당 대선 후보 자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두 사람 모두 상대보다 더 나은 점을 더 많이 보여주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해 초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가 고전하면서 두 사람 간의 격돌이 앞당겨졌다는 설명이다. 여권 내에서는 두 사람이 전북, 전남 출신인 것에 빗대 “남북 대결이 본격화됐다”는 말도 나온다.
다만 두 사람이 대선 레이스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는 각기 다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정 총리가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를 펼치려면 반드시 백신 접종 등 코로나19 방역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야 한다”며 “반면 이 대표는 4월 보궐선거의 성적표가 대선 레이스의 순항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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