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희롱” 결론에…민주당 ‘뒷북 사과’, 당내서도 “선거용”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26일 2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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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 News1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 News1
국가인권위원회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놓은 다음날인 26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피해자와 국민을 향한 사과가 이어졌다. 한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민주당이 인권위 발표와 정의당 김종철 전 대표 성추행 논란을 계기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위한 ‘보여주기’식 사과에 나섰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당 지도부가 정의당 사태와 관련해 공식 언급을 않는 등 선 긋기에 나서면서 당내에서조차 “보궐선거를 의식한 진정성이 부족한 사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 민주당 “피해자와 국민께 깊은 사과”

민주당 신영대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어제(25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민주당은 인권위의 결과를 존중하며 피해자와 서울시민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민주당 여성위원회 역시 별도의 입장문을 내고 “오랜 시간 고통받아온 피해자와 가족, 실망을 안겨드린 국민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에서 박 전 시장 측에 피소 사실을 알린 것으로 지목된 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해자와 여성인권운동에 헌신해온 단체, 성희롱·성차별에 맞서 싸워온 2030세대를 비롯한 모든 여성에게 상처를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썼다. 18일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 측이 공개사과와 사퇴를 요구한 지 약 일주일 만이다. 다만 남 의원은 “제가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와의 전화를 통해 ‘무슨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는지’ 물어본 것이 상당한 혼란을 야기했다”며 사실상 피소 사실 유출 의혹은 부인했다.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 당내에서조차 “선거용 사과” 비판

피해자 측 요구에도 침묵하던 민주당이 인권위 발표 하루 뒤에야 사과하고 나서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보궐선거를 의식한 사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당 지도부가 정의당 사태에 선을 긋고 나서면서 당내에서조차 이 같은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피해자인) 정의당 장혜영 의원에게 위로와 존중 그리고 연대의 마음을 보낸다”고 한 이소영 의원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지도부가 별도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연이은 진보 진영 성추문의 원죄가 우리에게 있다는 메시지 아니겠느냐”면서도 “공식 언급을 않는 건 4월 선거에 불똥이 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한 중진 의원은 “타이밍상 정의당 사태에 묻어가기 위한 ‘사과를 위한 사과’라는 오해를 받기 딱 좋은 상황”이라며 “인권위 발표보다 먼저 사과를 했다면 더욱 모양새가 좋았을 것인데 아쉽다”고 했다.

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의당 사건에 대해 민주당에서 발표한 입장문은 너무나 부끄럽고 참담했다”며 “다른 당을 비난할 여유가 없다”고 했다. 전날 정의당 사태에 대해 “충격을 넘어 경악스러운 일”(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이라는 논평을 내며 선을 그은 당 지도부를 공개 비판한 것. 권 의원은 1987년 부천경찰서 성고문사건 피해자다.

야권에서도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김 전 대표의) 성추행에 충격을 넘어 경악이라고 반응했는데, 민주당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냐”며 “권력형 성범죄의 온상은 민주당”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인권위 조사 결과가 나온 다음 날 바로 출마선언을 하면서도 애써 모르쇠로 일관하는 몰염치를 보였다”며 이날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선언을 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겨냥했다.

한편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 A 씨는 전날 자정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 명의로 내놓은 입장문을 통해 “고소사실이나 피해자의 지원요청 사실을 누설한 과정에 있던 사람들은 직을 내려놓고 피해자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남 의원의 사퇴를 재차 촉구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는 “지금까지 무책임한 모습으로 일관했다”며 “사안을 축소 및 은폐, 회피하려 했던 모든 행위자들을 엄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강성휘기자 yolo@donga.com
윤다빈기자 empty@donga.com
박종민기자 bli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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