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재정 기반의 손실보상제는 정부가, 민간 출연 기금을 토대로 한 이익공유제 활용 방안은 여당이 맡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따라 정세균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만나 손실보상의 제도화 방안을 논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사회연대기금법 등 이른바 ‘상생연대 3법’을 입법 완료할 계획이다. 그러나 손실보상제는 적잖은 정부 예산이 투입된다는 점이, 사회연대기금법은 자칫 ‘기업 팔 비틀기’라는 비판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 “재정 화수분 아니다”라던 홍남기, 사실상 백기
정 총리는 이날 오전 새해 첫 ‘총리-부총리 협의회’를 열고 홍 부총리와 함께 손실보상제 등 맞춤형 피해 지원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정 총리는 홍 부총리에게 “문재인 대통령도 지시한 만큼 경제부총리가 중심이 돼 손실보상 기준 등 제도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 달라”며 “국가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현장 의견을 세심히 살피면서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련 부처와 함께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동안 기재부가 재정 부담으로 손실보상제 도입에 미온적 입장을 보인 데 대해 정 총리는 ‘개혁 저항세력’이라 이례적으로 공개 질타하며 손실보상제를 밀어붙여 왔다. 홍 부총리가 24일 이를 논의하기 위한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 감기몸살을 이유로 불참하면서 갈등설까지 불거졌지만 전날 문 대통령도 손실보상 법제화를 주문하면서 결국 정 총리 의지대로 관철된 것이다.
정부는 홍 부총리와 기재부, 중기부 등이 중심이 돼 관련 시행령을 마련하는 대로 국무회의를 거쳐 법제화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미 실무 당정협의 등을 거쳐 특별법 제정 없이 소상공인지원법에 근거 규정만 마련하고 시행령 개정으로 가기로 결정이 끝난 사안”이라며 “시행령으로 가야 속도가 빨라지고 효율성도 올라간다”고 했다.
또 정 총리는 “이번 규정 마련의 취지는 헌법 제23조 제3항에 따라 앞으로 집합금지, 영업제한 등 행정명령을 내릴 때 법령에 의해 보상하기 위한 것이지 소급 적용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민주당 일각에서 4월 보궐선거를 염두에 두고 “과거 피해액에 대한 소급 적용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계속되자 분명히 선을 그은 것이다.
○ 민주당 “사회연대기금법으로 이익공유제 실현”
이와 별도로 민주당은 이 대표가 추진 중인 이익공유제 등을 앞세워 협력이익공유법과 사회연대기금법, 영업손실보상법을 이른바 ‘상생연대 3법’으로 묶어 2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민주당 관계자는 “코로나19 방역 행정명령으로 직접적 피해를 입은 업종을 대상으로 한 손실보상 법제화는 정부가 추진하더라도, 더 폭넓게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본 계층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민간 출연 기금을 활용한 지원 대책을 여당이 마련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내 ‘코로나 불평등 해소 태스크포스(TF)’는 사회연대기금법 입법을 통해 영세 자영업자 등을 돕는 기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정부도 일부를 출연하지만 플랫폼 기업 등 코로나19로 매출 증가 혜택을 본 기업들의 자발적인 기금 출연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기금 마련 독려를 위해 민주당은 세제 혜택 등의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선거를 염두에 둔 땜질식 대책”이라고 비판하며 예산 재판론을 꺼내들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손실보상 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어떤 사람(이 대표)은 이익공유제를 하자고 하고, 총리는 지난해 예산 심의할 때까지만 해도 아무 소리 않다가 갑자기 재난손실 보상 얘기를 하고 중구난방식 시책을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해 (내가) 문 대통령이 재정긴급명령을 발동해서 예산의 20% 정도를 조정, 100조 원 정도의 예산을 확보하라고 했다”면서 “이걸 중·소상공인, 자영업자 생존을 위한 일종의 기금으로 활용해야 하는데 정부 여당은 대책도 없이 찔끔 추경해서 재난지원금이라는 형태로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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