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7일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처음 통화했지만 한미 양국이 각각 발표한 결과에서 미묘한 시각차가 드러났다. 한국은 두 장관이 “북핵 문제의 시급성에 공감했다”고 강조한 반면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한 전략 개념인 ‘인도·태평양’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한미일 3각 협력을 강조하면서 동맹과 협력을 통한 중국 압박에 무게를 뒀다.
외교부는 이날 강 장관과 블링컨 장관이 통화에서 한미관계와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하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특히 “두 장관은 북핵 문제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시급히 다뤄져야 할 문제라는 데 공감하고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 양국 간에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간 논의를 빨리 진행해 되도록 조기에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겟다는 데 방점을 찍은 것.
하지만 미 국무부가 이날 발표한 통화 내용에는 “시급성”에 대한 얘기는 빠진 채 “블링컨 장관이 북한 비핵화의 필요성이 지속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내용만 포함됐다. 특히 국무부는 북핵 문제를 언급하기에 앞서 “한미동맹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 및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전, 번영의 핵심축(린치핀·linchpin)”이라면서 “한미일 3국 협력이 지속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인도·태평양과 한미일 3각 협력 대목은 외교부 발표에는 없는 내용이다.
인도·태평양 구상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중국 견제 정책인 ‘아시아태평양’ 구상을 바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내놓은 전략이다. 트럼프 행정부 정책 폐기를 이어가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도 중국 압박 기조만큼은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 것. 특히 한미동맹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축이라고 한미동맹을 중국 견제에 활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미일 3각 협력을 강조하면서 한일관계 개선 필요성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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