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정부의 방역 조치로 영업금지 또는 영업제한을 받는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승자 기업의 자발적인 출연으로 코로나19 약자들을 돕는 대신 정부가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이익공유제가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손실보상제와 이익공유제를 동시에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중심이 돼 추진 중인 손실보상제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최초 제안한 이익공유제를 올해 코로나19 경제적 지원의 양대 축으로 삼겠다는 의미다.
● 文 “손실보상제-이익공유제, 포용적 정책 모델 될 것”
문 대통령은 이날 세계경제포럼이 주최한 ‘2021 다보스 어젠다 한국정상 특별연설’ 화상회의에서 손실보상제, 이익공유제를 언급한 뒤 “(두 제도가) 실현된다면 앞으로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 재난을 함께 이겨내는 포용적인 정책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정부가 ‘K 방역’을 앞세운 것처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양극화 등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우리만의 제도를 만들어보겠다는 취지다. 여기에 문 대통령은 정부는 손실보상제를,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이익공유제를 책임져 달라는 뜻도 함께 밝혔다. 여권 관계자는 “정 총리와 이 대표에게 각자 처한 위치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동시에 당부한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를 동시에 언급한 건 두 사람이 여권의 차기 대선 후보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연일 손실보상제의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정 총리는 이날 그 구체적 기준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했다. 이날 외신기자 간담회를 가진 정 총리는 손실보상제에 대해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매출액에 대한 건 아니다. 보상 대상은 매출 이익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방역 명령으로 영업을 하지 못한 소상공인에게 정부가 보상을 하겠지만, 그 기준은 전체 매출액이 아닌 매출 이익이라고 못 박은 것이다.
정 총리가 이날 손실보상제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언급하면서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와 과세를 책임지고 있는 국세청 등은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매출 이익 기초 자료 파악 등에 착수했다.
● 민주당도 “손실보상, 소급 적용 안돼” 기울어
문 대통령이 손실보상제, 이익공유제와 관련해 확실한 과제 부여에 나서면서 당정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당장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개최하고 손실보상제에 대해 “소급 적용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일단 매듭을 지었다.
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원회의장은 화상으로 진행된 이날 의총에서 “(손실보상제의) 소급 적용 논란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손실보상제는 앞으로 코로나19와 같은 새로운 전염병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서 법적 근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박성준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민병덕 의원을 비롯한 손실보상제 관련법을 발의한 의원들이 “자영업자들의 과거 피해도 보상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 지도부가 나서 확실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박성준 원내대변인도 “소급 적용 논란은 여기서 마쳤으면 좋겠다”고 했다.
손실보상제의 중심에 서 있는 정 총리 역시 여당 지도부에 전화해 “일부 여당 의원들의 발언은 잘못된 오해를 살 수 있으니 바로잡아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이르면 3월 손실보상금 지급’ 등의 주장이 나오면서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조만간 정부에서 지원해줄 것”이라는 착각을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손실보상제는 앞으로 일어날 새로운 팬데믹(유행) 상황을 대비한 것”이라며 “입법화 된다 해도 집행은 추후 또 한번의 방역 행정 명령이 내려진 이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손실보상제는 과거의 피해를 보존해주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생길 수 있는 피해에 대한 대비책이라는 뜻이다.
당정이 나란히 “소급 적용은 없다”고 못 박은 것은 정부 재정과도 연관이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피해를 지원하려면 막대한 국가 재정이 소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도 25일 보건복지부 등에 대한 업무보고 자리에서 손실보상제와 관련해 “재정이 감당하는 범위에서”라고 지원의 한계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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