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은 피해 큰 업종에 집중돼야…옷 사 입어 되겠나”[이진구 기자의 대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29일 09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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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재난지원금 소비효과 분석(下)

1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무려 14조2000억원. 이 중 30% 정도만 소비로 이어졌다면 나머지 돈은 다 어디로 간 걸까? 기한 내에 안 쓰면 사라지는 돈인데….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빚을 갚거나 미래의 소비를 위해 저축을 한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재난지원금은 기한 내에 안 쓰면 없어지는 돈인데 30%정도만 소비로 이어졌다면 나머지 돈은 다 어디로 간 건가.

“채무 상환이나 저축 등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현금으로 지급한 취약 계층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카드 포인트로 줬는데 포인트를 어떻게 저축하나?) “저축이란 말에 오해 소지가 있는데… 경제학적으로 소비가 아닌 모든 행위는 결국 저축이다. 빚을 갚는 것도, 주식을 사는 것도 마찬가지다. 왜 그게 가능하냐면… 재난지원금을 받지 않더라도 원래 기본적으로 쓸 수밖에 없는 돈이 있지 않나. 그걸 재난지원금으로 쓰고 자기 돈은 남겨 둔거지. 재난지원금으로 쓰고 아낀 돈을 전혀 소비하지 않는다면 소비 효과가 0이 된다. 원래 쓰려던 금액에 더해 재난지원금까지 다 쓰면 소비효과가 100이겠지만 지금은 쓸 곳도 제한적이고 또 활동도 적으니까 그렇게까지 쓰는 건 원래 어렵다고 본다.”

―중산층 이상은 그렇다 쳐도 취약계층은 생활비도 모자랄 텐데 지원금을 남겨뒀다는 게 잘 이해가 안 가는데.

“그런 질문도 많이 받았는데… 제가 설명을 잘 했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그런데 정말 어려운 집은 오늘만 어려운 게 아니라 내일, 일주일 후도 어렵지 않나. 아무리 저소득층이라고 해도 정말 소득이 긴급재난지원금 밖에 없는 것은 아니기도 하고…. 오늘 돈 들어왔다고 오늘 다 써버릴 수는 없는 거다. 다음 달에 쓰기 위해 오늘 안 쓰는 것도 저축이다. 그리고 잘 설명이 안 된 부분이 있는데… 어떤 조사도 그렇지만 과소 추정됐을 부분도 다소 있다.” (과소 추정이라니?) “소상공인들은 본인도 지원금을 받지만 재난지원금으로 물건을 산 손님의 돈으로 소득이 발생한다. 이 돈으로 다시 추가 소비를 할 수 있다. 이렇게 재난지원금으로 인한 추가소득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 분석기간을 재난지원금 지급 시작 후 15주간(8월 2주까지)으로 한정했기 때문에 그 뒤에 일어나는 소비효과는 다 반영되지 못한 면이 있다.”

―아이러니한 게 재난지원금 지급 후 가장 크게 매출이 는 업종이 의류·잡화, 가구 등 다소 급하지 않은 품목들이었다.

“의류·잡화는 지급 전 ¤17.8%에서 지급 후에는 11.2%, 가구는 -3.5%에서 19.9%로 가장 많이 매출이 늘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전후의 매출액 변화 중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인한 부분만 볼 때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큰 음식업은 3%, 목욕탕 사우나 등 대면서비스업은 3.6%, 마트 식료품점 등 필수재가 8%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의류·잡화 등 비교적 소비가 긴급하지 않은 내구재업종이 평균 10.8%로 가장 많이 늘었다. 그래서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보편적인 전 국민 재난지원금보다는 선별 지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편적인 전 국민 재난지원금으로는 피해가 큰 업종에 충분한 소비 진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대면 업종은 간접 지원을 하면 감염 우려 때문에 사람들이 가는 걸 꺼려하니까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


―재난지원금으로 한우를 먹었다고 논란이 있었는데.

“사실 일반의 인식과 차이가 있는 게… 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효과를 말할 때 지원금 자체를 어디에 썼는지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재난지원금으로 절약된, 원래 내가 쓰려던 돈의 소비가 어디로 이어졌는지가 중요하다.” (잘 이해가 안 가는데….) “음… 내가 늘 동네 슈퍼마켓에서 40만원을 쓰는데 이번 달에는 정부에서 준 재난지원금 40만원으로 썼다면 원래 내가 쓰던 40만원은 남은 거다. 그걸 어디에 썼는지가 진짜 소비 진작 효과다. 그 돈으로 가구를 샀다면 소비 효과가 가구에서 나온 거고, 밥을 사먹으면 음식점에서 나온 거고. 단순히 재난지원금으로 한우를 먹었다고 뭐라고 할 일이 아니다. 돈에 꼬리표가 있는 건 아니니까.” (재난지원금 자체를 어디서 썼는지 보다 추가 소비가 어디서 이뤄졌는지가 중요하다면 처음부터 사용처를 제한하지 않는 게 소비 진작에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거기까지는 연구가 아직 안 돼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

―주소지 광역지자체 안에서만 사용하도록 했는데 굳이 장소를 제한할 필요가 있었을까?

”굉장히 중요한 질문인데… 내 경우에는 5인 가족이라 100만원을 받았다. 사용기간이 석 달이니 한달에 33만원 정도인데 그 정도 소비는 살고 있는 세종시의 사용가능 업종에서 원래 하고 있다. 그러면 원래 내 월급으로 하던 소비를 긴급재난지원금 포인트로 대체하고 월급은 남게 된다. 이 때 대체되며 아낀 월급은 지역 제한이 없는 현금이기 때문에 사실상 지역 제한이 제약이 되지 않은 거지. 재난지원금 정도의 소비를 해당 지역에서 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지역 제한이 별 의미가 없다. 물론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고 지원금 액수와 사용제한 기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100만원? 혹시 기부 할 생각은 안 했나.) ”그게… 건사해야할 식구들이 있어서….“

―재난지원금이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지적이 있는데 아예 처음부터 통 크게 왕창 줬으면 어땠을까.

”흥미로운 질문인데 쉽지 않다. 일단 코로나19가 얼마나 지속될지도 모르니까. 그에 따라 몇 번을 줘야할지 알 수도 없고….“

―소비 진작이 초기 한 달 동안 반짝 효과 그쳤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그 부분은 효과가 초기 한 달 안에 집중되든 석 달에 걸쳐 분산되든 큰 차이는 없다고 본다.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초기에 효과가 빨리 나는 게 좋을 수도 있다. 그동안 계속 어려웠기 때문에 급하게 지출해야할 돈이 많이 필요할 수 있으니까. 체감적으로도 일단 소득이 좀 회복되면 느낌이 달라지는 부분도 있고….“

※늘어난 매출 4조 원 중 지난해 5월 셋째, 넷째 주에 32조2100억원이 집중됐고 6월 둘째 주부터 카드 매출액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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