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판사들이 법과 헌법에 위반돼도 그냥 지나가다 보니 사법에 신뢰가 떨어지는 상황이다.”(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
민주당이 그동안 이탄희 의원이 주도해 온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당 차원에서 본격 추진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가 열리는 다음 주초 발의해 72시간 이내에 표결에 나서겠다는 목표다.
29일 민주당 관계자는 “공식 당론으로 채택하진 않았지만 27일 의원총회에서 논의를 거치면서 동참 의지를 밝히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며 “발의 정족수(100명)는 물론이고 본회의 가결 정족수(151명)를 넘길 분위기”라고 전했다.
당초 당 지도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에 민생 현안은 뒷전이라는 여론 비판을 의식해 이 의원의 법관 탄핵 추진에 우려를 표해 왔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른바 ‘추-윤 갈등’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큰 데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실상 이를 마무리한 상황에서 또다시 갈등 이슈를 부각하는 데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다”고 전했다. 탄핵안을 단독 처리하면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집권여당의 ‘독주’라는 비판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의원의 취지에 동조하는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회가 입법부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일주일 내내 이어졌고 점차 이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뒤집어졌다고 한다.
민주당은 임 부장판사가 비록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법관 탄핵 요건을 갖추고 있다는 입장이다. 재판부가 무죄 판결을 하면서도 “임 부장판사의 요청은 진행 중인 특정 사건의 재판 내용이나 결과를 유도하고 재판의 절차 진행에 간섭하는 재판 관여 행위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판결문에 적시한 만큼 헌법상 책임은 물어야 한다는 취지다.
임 부장판사는 2014년 2월부터 2년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면서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한 의혹 제기 칼럼을 쓴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 등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됐지만 지난해 2월 무죄를 선고받았다.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날 임 부장판사는 입장문을 통해 “탄핵소추 사유로 들고 있는 위헌적 행위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1심 판결에 불과하다”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조사 없이 1심 판결문만으로 추진하는 탄핵소추 절차에도 문제가 있으며, 헌법상 다음 달 28일 임기 만료로 판사직에서 자동 퇴직하게 돼 헌법재판소에서 소의 이익이 없어 탄핵심판이 각하될 것이 분명하다”고 반박했다.
야당도 “의석을 앞세운 사법 장악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어 2월 임시국회 개회와 동시에 사상 초유의 판사 탄핵안 국회 가결 가능성을 둘러싼 여야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임 부장판사가 2월 퇴임할 예정인 상황에서의 탄핵이 (민주당에) 어떤 실익이 있는지 설명하고, 김명수 대법원장도 입장을 밝히라”고 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앞으로 예정된 재판에 대한 압박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대놓고 판사에 재갈을 물려 길들이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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